‘철의 여인’ 깜짝 외출 브라운 총리와 데이트

  • 입력 2007년 9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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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 방문… 보수당에 경고 메시지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13일 고든 브라운 총리의 초대로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를 깜짝 방문했다.

올해 81세의 대처 전 총리는 건강이 나빠졌음에도 짙은 핑크색 원피스에 트레이트마크인 핸드백을 든 말쑥한 차림으로 자동차에서 내렸다. 전·현직 총리는 관저에서 2시간 정도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대처 전 총리의 이번 방문은 뜻밖으로 받아들여졌다. 1979년부터 1990년까지 연속해서 세 차례 집권하면서 노동당을 위기로 몰아넣은 대처 전 총리는 노동당에 반가울 리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라운 총리는 취임 후 ‘철의 여인’의 비타협적 리더십을 존경하는 보수적 유권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주 한 연설에서는 대처 전 총리를 ‘신념의 정치인’으로 치켜세우고 자신도 신념의 정치인이라고 언급했다. 브라운 총리는 “우리 사이에 어떤 정책적 차이가 있든,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같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은 최근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브라운 총리는 대처 전 총리의 이미지에 편승해 보수층으로 지지 세력을 넓히면서 노선 갈등을 겪고 있는 보수당의 내분을 격화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브라운 총리가 최근 노동당의 인기 상승에 힘입어 2010년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실시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처 전 총리로서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부터 멀어지려는 현 보수당 지도부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을 것으로 보인다. 중도로 기우는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에 대한 당내 보수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캐머런 당수는 ‘온정적 보수주의’ 노선을 고집하고 있다.

데일리메일은 이날 “대처 전 총리의 방문은 캐머런 당수에게 심각한 타격”이라며 “앞으로 노동당은 캐머런 당수와 당내 우파 사이를 갈라놓는 작업에 더욱 열을 낼 것”이라고 논평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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