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민 “푸틴만한 인물 안보여”

  • 입력 2007년 9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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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없는 선거, 생각만 해도 불안합니다.”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총선 투표일을 결정한 뒤 이렇게 말하는 러시아인이 부쩍 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10년째 사는 택시운전사 레오니트 카리예프(52) 씨는 “승객 중에서도 ‘러시아가 푸틴 영도 아래 이대로 갔으면…’ 하는 사람이 절대 다수”라고 전했다.

12월 2일 두마(러시아 의회) 선거를 석 달 앞둔 여론조사에서도 푸틴 대통령의 인기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레바다에 따르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치른 뒤 5월에 물러날 푸틴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도는 지난해 70%대에서 지난달 84%로 올라갔다.

푸틴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 기반은 집권 7년간의 실적. 그는 정치 사회 불안 요인을 줄이며 러시아를 국민총생산 9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려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막강한 군사력을 기반으로 국가 영향력을 넓혀 사회주의 붕괴 이후 잃어버린 자존심을 회복했다는 말도 듣고 있다.

이런 대통령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후임자를 위한 선거 일정을 내놓자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

12월 두마 선거에서는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 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러시아 주간지 블라스티는 푸틴 대통령이 후원하는 통합러시아 당이 450석 중 210석 이상(49%)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러시아 국민의 최대 관심은 당연히 대통령 선거에 쏠려 있다. 푸틴 대통령은 12월 총선을 전후해 후계자를 지명하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명한 대선 후보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집권당을 이끌고 대선 승리까지 보장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 대선에 출마할 후보로는 푸틴 대통령의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동문인 세르게이 이바노프 제1부총리가 유력하지만 그가 대권을 거머쥘지는 불투명하다. 또 차기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만큼 러시아의 안정에 기여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 선거를 거치면서 지금의 안정이 깨질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심지어 현금을 모으고 부동산 투자를 줄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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