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그 이름 석자 속에 돈이 보인다”

  • 입력 2007년 9월 4일 03시 05분


지난달 30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는 국민은행이 개최한 ‘글로벌 기업자금관리시스템(CMS) 세미나’가 열렸다.

강정원 행장과 장푸룽(張福榮) 중국공상은행 부행장은 200여 명에 이르는 중국 진출 기업 관계자들을 극진히 접대했다. 국민은행과 공상은행 측은 이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그동안의 실적과 서비스 내용에 대해 상세한 자료를 만들어 배포했고 행사가 끝난 뒤에는 고급 지갑을 선물했다.

시중은행들이 중국 진출 기업과 현지 교민,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중국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과 중국 간의 경제 교류가 확대되면서 중국과 관련된 금융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 카드 발급 등 서비스 다양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현황
연도신규 설립법인 수(개)투자금액(달러)
2002년138610억3630만
2003년167916억9078만
2004년214223억761만
2005년224326억5521만
2006년230033억3581만
2007년 (6월 말 기준)105323억8365만
자료: 수출입은행

국민은행은 최근 공상은행과 제휴해 한국에서 공상은행의 계좌와 현금카드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국 전에 계좌를 만들고 카드를 수령하면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에서 달러화로 돈을 보내면 중국 현지에서 위안화로 찾는 ‘위안화 바로송금’ 서비스를 선보였다. 올 1월에는 공상은행과 거래하는 하이닉스반도체 등 중국 진출 기업들을 대상으로 국제적인 기업자금관리시스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지 은행과 제휴를 맺고 해외에 진출한 국내 업체에 자금관리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중국이 처음”이라며 “중국에서 활동 중인 국내 업체가 많은 데다 금융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중국 관련 금융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바로송금 서비스는 국민은행 외에도 우리, 신한, 하나, 기업, 대구은행 등이 운영 중이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국내 은행 최초로 중국에서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베이징(北京), 톈진(天津), 다롄(大連), 상하이(上海) 등 외환은행 중국 지점 계좌의 예금 잔액과 거래 내용 등을 조회할 수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중국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유학생, 교민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중국에 세운 법인은 2007년 6월 말 현재 1만7000개에 육박한다. 지난해 중국의 한국인 유학생은 6만여 명으로 중국 내 외국인 유학생의 40%를 차지했다.

○중국 현지인 고객을 잡아라

올해 베이징에는 신한, 우리, 하나은행의 현지법인이 설립될 예정이다. 이 중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예비설립인가를 받고 막바지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중국 현지에서 한국 기업과 교민, 유학생 등을 기반으로 세를 확장한 뒤 현지인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연내 현지법인을 세우고 현재 5개인 지점을 2012년까지 53개로 늘려 중국 본토를 그물처럼 연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년부터 중국 부유층과 교민들을 대상으로 프라이빗뱅킹(PB)을 제공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중국 현지에 파견해 놓은 상태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지인을 고용하고 이름을 바꾸는 등 철저하게 현지화를 해야 한다”며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를 정해 각 은행이 차별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중국 진출 은행들이 다함께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