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인질 석방협상 어떻게 되나

  • 입력 2007년 8월 14일 1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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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 여전히 억류돼 있는 인질 19명의 석방을 위한 한국 대표단과 탈레반 무장세력 간의 대면 접촉이 이르면 14일 중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협상의 조속한 타결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향후 협상은 탈레반 측이 일관되게 고집하고 있는 `인질-수감포로 맞교환'요구에 대해 우리 측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에 성패가 달려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측의 대응책이 주목된다.

◇본협상은 이제부터 = 한국 대표단과 탈레반과의 대면 접촉이 지난 10일 첫 성사된 이후 양 측은 나흘간 직.간접적 접촉을 유지하며 탐색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은 여성인질 2명을 `아무런 조건없이' 풀어주는 유화 제스처를 취해 향후 협상 전망을 밝게 한 동시에 나머지 인질들의 석방 조건에 대한 부담감도 안겨줬다.

납치됐던 김경자.김지나씨가 석방된 13일 한 정부 당국자는 "지금은 남은 19명 모두의 안전한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며 곧바로 사실상의 `본협상' 준비에 들어갔다.

양 측의 대면 접촉은 일단 10일과 11일 잇따라 열린 것으로 확인됐지만 12일과 13일에도 속개됐는지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린다.

일부 외신에서는 나흘째 협상이 연속 개최됐다고 보도했지만 우리 정부는 처음 이틀간만 대면 접촉이 있었고 그 이후에는 위성전화 등을 통한 교섭을 가졌다는 입장이다.

어쨌든 그간의 대면접촉과 전화통화는 양 측이 서로의 요구를 살피고 본협상의 전제조건인 `신뢰관계의 구축' 여부를 살피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결과 2명의 인질이 탈레반 측의 `선의'로 풀려났다.

따라서 다소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탈레반이 약속한대로 여성 2명을 한국의 품으로 넘긴 것은 본격적인 대면 협상을 알리는 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은 인질 19명의 석방 조건을 조율하기 위해 개최될 본협상은 이르면 이날 중,늦어도 수일 내에는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센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탈레반이나 한달 가까이 억류생활을 하고 있는 피랍자들을 하루빨리 풀어내려는 우리 정부의 이해가 서로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탈레반 요구 충족 가능성 있나 = 향후 본협상에서 탈레반측이 `맞교환' 요구를 호락호락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여성 2명의 석방이 성사된 직후 탈레반 대변인 격인 아마디는 "탈레반 지도부가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인질을 석방한 만큼 아프간 정부도 수감포로를 석방하길 바란다"고 언급했고 피랍을 주도한 지역 사령관인 압둘라도 "공은 이제 한국 쪽에 넘어갔다. 수감자 석방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탈레반이 본협상 과정에서도 한국측이 아프간 정부를 설득해 인질 수에 해당하는 만큼의 동료 수감자를 풀어달라는 요구를 고집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렇다면 문제는 우리 측이 탈레반 측의 요구를 어떤 식으로든 충족시켜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측은 `맞교환' 요구가 제기된 이후 탈레반 측에 그 요구가 우리 정부의 권한 밖 사항이라는 점을 주지시키려 애썼지만 탈레반이 막무가내로 기존 요구를 고집하는 바람에 우리 측의 속을 태웠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수감자 석방의 열쇠를 쥔 아프간 정부에 `협조'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첫 대면협상 후 탈레반 대표단의 입에서 나온 언급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탈레반 대표는 당시 "아프간 정부가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협상에서 인질-수감자 맞교환을 제시했고 수감자 석방이 이뤄질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한 뒤 "한국 정부가 수감자를 석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고 본다"고 했다.

탈레반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지만 우리 측과의 대면 접촉에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한 것 만큼은 틀림없어 보이고 이에 따라 여성 2명을 풀어줘 협상에 `기름칠'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추측이 맞다면 우리 정부는 6년째 내전상태로 황폐화된 아프간에 병원 등 의료시설을 지어주거나 재건사업을 돕겠다는 제안을 조건으로 아프간 정부에 탈레반포로의 석방을 설득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탈레반 죄수의 석방은 없다"는 게 아프간 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형기가 얼마남지 않은 수감자를 사면 형식으로 내주거나 아픈 수감자를 병보석으로 풀어주는 일,탈레반에 협조한 경범 여성을 석방하는 것은 아프간 정부로서도 크게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탈레반이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한 수감자 8명의 석방을 고수할 경우다.

이들 8명 중 3명은 미군이 신병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는 아프간 국회의원의 주장도 있어 탈레반이 이 요구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대표단이 향후 본협상 과정에서 특정 수감자의 석방 요구에서 한걸음 물러나도록 탈레반을 유도해 가는게 중요하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디지털뉴스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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