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력신문 ‘다운존스 매각’ 사설 신경전

  • 입력 2007년 8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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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독이 두려운가 악어의 눈물 그만”

“명품이니까 걱정 공정성 지켜볼것”

“뉴욕타임스는 ‘악어의 눈물’을 그만 흘려라.”(월스트리트저널 1일자 사설)

“우리가 월스트리트저널 매각에 관심을 보였던 것은 그만큼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 언론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계속 지켜볼 것이다.”(뉴욕타임스 2일자 사설)

미국의 권위지들인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의 다우존스 인수를 놓고 사설을 통해 신경전을 벌였다.

처음 직접 포문을 연 쪽은 이번 매각 협상의 당사자인 월스트리트저널. 이 신문은 모기업인 다우존스 매각이 확정된 다음 날인 1일자 사설을 통해 “이번 매각 협상이 진행되는 몇 달 동안 월스트리트저널과 머독 회장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이를 은근히 즐긴 세력이 있었다”며 “특히 뉴욕타임스가 공격적이었다”고 정면으로 뉴욕타임스를 거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어 “머독 회장이 월스트리트저널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경우 즉각 영향을 받을 경쟁사가 뉴욕타임스라는 점이 (뉴욕타임스의 월스트리트저널 비판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며 “뉴욕타임스가 그동안 월스트리트저널의 미래를 걱정한다며 흘린 눈물이 진짜인지 아니면 ‘악어의 눈물’인지 조만간 드러날 것”이라고 비꼬았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몇 달 동안 머독 회장에 대한 집중 취재를 통해 그가 월스트리트저널을 인수할 경우 사업상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편집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집중 보도한 바 있다. 얼마 전에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머독 회장의 인수에 대해 느끼는 반감을 적나라하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뉴욕타임스도 다음 날인 2일자 사설에서 월스트리트저널의 비판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경쟁에 관한 노트’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다른 사업 분야라면 강력한 경쟁자가 위험스러운 상대에게 넘어갈 때 이를 즐기겠지만 언론은 경우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 사설은 이어 “언론은 양질의 경쟁을 통해 번성해야 하고, 그래야 결과적으로 독자들이 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며 “뉴욕타임스와 많은 사람이 머독 회장의 다우존스, 그리고 다우존스의 ‘보석’인 월스트리트저널 인수를 걱정스럽게 지켜봤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머독 회장이 50억 달러의 투자금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월스트리트저널의 전통과 본모습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세계 최고의 신문 중 하나인 월스트리트저널이 머독 회장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편파보도를 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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