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의회의 여성 상원의원 7명이 1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내용의 석방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탈레반이 이날 정한 협상시한(오후 4시 반)을 10분 남긴 상태에서 열린 긴급 회견이었다. 사건 발생 이후 아프간 의회에서 처음으로 나온 공식 반응이기도 하다.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물결치고 있다. 전 세계 인권단체는 물론 침묵 속에 사태를 지켜보던 각국 정부와 정부 간 기구들도 한국인 인질의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슬람 정신에도 어긋나”=탈레반과 같은 이슬람 신자들조차 “이슬람의 정신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며 탈레반의 납치행위를 규탄했다.
아랍권 22개국 모임인 아랍연맹(AL)의 암르 무사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국인 인질 살해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이슬람회의기구(OIC)가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냈다. OIC 소속인 57개 이슬람 국가가 “인도주의에 대한 심각한 범죄행위를 중단할 것을 호소한다”며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집트에 있는 전 세계 수니파의 최고 교육기관인 알아즈하르도 힘을 보탰다.
알아즈하르의 수장인 모하메드 사예드 탄타위 씨는 이날 정달호 이집트 주재 한국대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민간인 납치, 감금은 인간성에 대한 가장 중대한 범죄이자 수니파 이슬람에서 가르치는 관용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알아즈하르의 종교지도자 서열 2위인 무가위르 후세인 씨도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탈레반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도움을 주러 온 손님을 해치는 것은 코란이 가르치는 관용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무고한 민간인을 해치게 되면 큰 죄를 안고 자힘(지옥)에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경을 넘은 울림=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와 살해를 ‘전쟁 범죄’로 규정했다.
성명은 “탈레반의 납치와 살해는 인간의 생명에 대한 경멸이다. 하물며 전쟁 중에도 인질은 죽이지 않는다. 탈레반은 지금 당장 인질들을 풀어줘야 한다. 전 세계가 이번 일을 주목하고 있다”고 탈레반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유엔 역시 같은 날 성명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반기문 사무총장의 우려를 전했다.
세계 각국 정부도 탈레반의 납치를 비난하며 인질을 조속히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장관은 “야만적이고 끔찍하며 부당한 행동”이라며 탈레반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장관회의에 참석한 회원국 장관들은 지난달 30일 한국인 희생자 2명을 기리는 묵념을 했다.
석방 협상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미국 행정부도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한국인 인질 석방 촉구에 합류했다.
누리꾼들의 호소도 이어졌다. 한국인 인질 12명의 동영상이 게재된 유튜브에는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댓글이 많이 올라왔다. 여기엔 “이래서 탈레반이 싫다. 궤멸해 버려야 한다” “알라가 관장하는 지옥의 불구덩이에 떨어질 것”이라는 비난 글도 있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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