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학계가 박사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다.
2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만4000명의 회원을 거느린 응용물리학회는 최근 ‘구직자 마크’ 제도를 도입했다. 마크에는 쌍안경으로 먼 곳을 주시하는 사람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 ‘커리어 익스플로러(Career Explorer·구직자라는 뜻)’라는 영어가 쓰여 있다.
응용물리학회는 회원의 절반이 기업체 소속이어서 이 마크가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일자리를 찾는 연구자가 논문을 발표할 경우 논문 표지 등에 이 마크를 넣어 기업체 관계자와 회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학회는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맡는 4000여 명 가운데 25% 정도가 대학 등에서 기간제로 연구 활동을 하는 박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응용물리학회에 앞서 물리학회도 최근 박사 실업 해소를 위한 제안을 발표했다.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젊은 연구자들이 연구시간의 20%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으로 박사들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폭넓은 시각을 쌓을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물리학회는 이 제도가 “전문성은 높지만 시야가 좁다”,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등 박사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 박사실업 문제를 심각하게 만든 주범은 일본 정부가 1990년경부터 시작한 대학원생 배증(倍增) 계획. 이 정책이 시작되기 전 7813명이던 대학원 박사과정 입학자는 최근 1만7000명대로 늘어났다.
그러나 박사에 대한 수요는 제자리걸음을 계속해 취업률이 6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조만간 다른 일자리를 찾아 봐야 하는 기간제 박사 연구원도 1만5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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