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박사 구직자 마크’제

  • 입력 2007년 7월 30일 02시 58분


코멘트
사상 유례가 드문 ‘일자리 풍년’이 계속되는 일본에서도 혹독한 취업난을 겪는 계층이 있다. 다름 아닌 박사 학위 보유자들이다.

일본 학계가 박사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다.

2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만4000명의 회원을 거느린 응용물리학회는 최근 ‘구직자 마크’ 제도를 도입했다. 마크에는 쌍안경으로 먼 곳을 주시하는 사람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 ‘커리어 익스플로러(Career Explorer·구직자라는 뜻)’라는 영어가 쓰여 있다.

응용물리학회는 회원의 절반이 기업체 소속이어서 이 마크가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일자리를 찾는 연구자가 논문을 발표할 경우 논문 표지 등에 이 마크를 넣어 기업체 관계자와 회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학회는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맡는 4000여 명 가운데 25% 정도가 대학 등에서 기간제로 연구 활동을 하는 박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응용물리학회에 앞서 물리학회도 최근 박사 실업 해소를 위한 제안을 발표했다.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젊은 연구자들이 연구시간의 20%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으로 박사들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폭넓은 시각을 쌓을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물리학회는 이 제도가 “전문성은 높지만 시야가 좁다”,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등 박사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 박사실업 문제를 심각하게 만든 주범은 일본 정부가 1990년경부터 시작한 대학원생 배증(倍增) 계획. 이 정책이 시작되기 전 7813명이던 대학원 박사과정 입학자는 최근 1만7000명대로 늘어났다.

그러나 박사에 대한 수요는 제자리걸음을 계속해 취업률이 6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조만간 다른 일자리를 찾아 봐야 하는 기간제 박사 연구원도 1만5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