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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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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돌아오면 꼭 결혼한다고 했었는데….”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피랍자 가운데 처음으로 방송을 통해 육성이 공개된 임현주 씨의 아버지 임석지(59) 씨는 27일 오후 경기 평택시의 한 회사에서 경비업무를 보고 있었다.
하나뿐인 딸의 안부를 염려하는 아버지의 표정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임 씨는 “내가 걱정할까 봐 큰아들이 일부러 나에게 이야기를 안 했다”며 “매일 뉴스를 봤는데 설마 내 딸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둘째 오빠 임철(34) 씨는 “차분하고 진지한 어투가 동생의 평소 어투와 너무 똑같아서 목소리를 듣자마자 현주가 맞다는 것을 확신했다”며 “현주가 본래 대범하고 침착한 성격이기 때문에 이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 사정이 매우 열악하다”는 현주 씨의 말에 가족들은 안타까워했다.
특히 의약품 등 필수품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가족들은 발을 구르고 있다.
철 씨는 “의약품만 있다면 간호사 출신인 현주가 다른 피랍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가족들의 바람은 이제 정부 당국과 주변국들의 도움으로 현주 씨를 비롯한 피랍자들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뿐.
철 씨는 “미국 등 여러 나라가 (조기 석방에)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길 바란다”며 “현주의 부탁처럼 모든 피랍자들이 하루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임 씨는 딸이 무사히 돌아와 6월에 한 약속을 꼭 지켜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6월 중순, 아프간 어린이 수술을 위해 3년 만에 귀국한 딸이 평택 집을 찾아왔을 때 임 씨는 넌지시 “이제는 결혼해야지”라는 말을 건넸다.
하나뿐인 딸은 환하게 웃으며 아버지에게 “이번에 귀국하면 꼭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다.
“말은 안 했지만 아마 거기(아프간)에서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았는데, 건강하게 돌아오면 꼭 결혼시켜야지….”
임 씨는 먼 하늘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유가족들은 호소문에서 “고통스러운 지난 일주일을 지내면서 살아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마음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고통인지 느꼈습니다”라며 “피랍자 가족들이 이미 충분히 겪고 있는 고통이 더 큰 슬픔으로 깊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고 밝혔다.
검은 원피스 차림에 눈물을 멈추지 못하며 호소문을 낭독한 배 목사의 부인 김희연(36) 씨는 “이번 사태의 희생자는 남편 한 사람으로 족합니다”라며 “하늘에 있는 남편도 남아 있는 22명의 피랍자들이 하루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아홉살된 딸에게) 어제 얘기를 해 줬다. 그날이 아빠 생일이었는데… 제일 큰 선물을 받았다고, 아빠가 가장 큰 선물을 받고 하늘나라로 갔다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들은 “배 목사의 시신이 도착하는 즉시 분당서울대병원에 빈소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 목사의 유족들은 아프간에서 총탄을 10발이나 맞은 배 목사의 시신을 고인의 뜻에 따라 서울대 의대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마련된 피랍자가족대책본부 사무실에 모인 피랍자 가족 30여 명은 ‘남성 인질 1명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외신이 전해지자 한숨을 지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정훈(29) 씨는 “갑상샘 암 수술을 받아 호르몬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유경식 씨 말고는 걱정할 만큼 몸이 아픈 사람은 없다”며 “유 씨에게 필요한 약과 여분의 의약품을 현지로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성남=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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