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협상시한' 제시 안하는 이유는?

  • 입력 2007년 7월 25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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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무장단체가 한국인 피랍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새로운 협상시한을 제시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인을 납치한 탈레반은 한국군 철수 등의 조건을 내걸면서 한국시간 기준으로 21일 오후 4시30분을 마감시한으로 제시했고, 시간이 되자 22일 오후 11시30분으로 시한을 연장했다.

탈레반은 이후 23일 오후 11시30분, 다시 24일 오후 11시30분 등 마감시간이 될 때마다 24시간씩 협상시한을 연장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24일엔 더 이상 새로운 협상시한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아프가니스탄 정부 측 협상단은 협상시한이 재차 연장됐다고 분위기를 전했지만, 지금까지는 탈레반 측이 직접 언론에 새 협상시한을 공개하면서 한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압박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적지 않은 태도 변화인 셈이다.

일단 탈레반이 새로운 협상시한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한국인 석방 협상이 어느 정도 최종단계에 접근해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탈레반이 데드라인을 조금씩 연장한 것은 자신들의 협상력을 최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경우 이미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상당 부분 보장받았기 때문에 새로운 협상기한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도 24일 석방협상이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협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특히 협상 시한에 대한 외신의 질문에 "지나간 시한보다는 (협상) 결과에 대해 추후 이야기하겠다"고 말해 협상 의지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양측이 탈레반 수감자 석방안과 몸값 지불안 등 두 가지 방안을 놓고 마지막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외신은 25일 중 양측이 인질석방과 관련해 일괄타결을 이룰 것이라고도 분석하는 상황이다.

또한 탈레반이 데드라인을 24시간씩 연장하는 협상 기법이 더 이상 효용이 없을 것이라는 자체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탈레반은 이미 아프가니스탄 협상팀에 한국인 인질들을 살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인질을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언론에 공개된 마당에 새로운 데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오히려 협상의 흐름을 깨뜨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협상이 탈레반에 불리한 쪽으로 진행될 경우엔 또 다시 새로운 협상시한을 제시하면서 인질을 위협하는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금까지 탈레반은 언론을 통해 필요한 정보만을 흘리면서 여론을 자극, 한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압박하는 심리전에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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