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국시’ 가를 총선 실시… 이슬람 강풍에 세속주의 버텨낼까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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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를 장악한 친(親)이슬람 여당과 세속주의(종교의 직접 정치 개입을 금하는 이념) 야당이 대립해 온 터키가 22일 총선에 들어갔다. 이번 총선은 터키가 세속주의의 길을 계속 걸어갈지, 이슬람주의를 강화하게 될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은 총선에서 승리하면 개헌을 추진해 대통령 선출방식을 의회 간선제에서 국민 직선제로 바꿀 예정이다. 세속주의 야당은 대통령직을 친이슬람 세력을 막아내는 정치적 보루로 여겨 왔다. 터키 군부도 세속주의를 지지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4월 의회에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가 발단이 됐다. 친이슬람 성향의 터키 여당인 AKP는 4월 27일 대통령 단일 후보를 내세웠지만 의회의 1차 투표에서 당선에 실패했다. 2차 투표 하루 전인 5월 1일 터키 헌법재판소는 대선 1차 투표가 무효라고 선언했고 이후 세속주의를 지지하는 국민의 대대적인 시위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의회를 해산하고 4개월을 앞당겨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여당은 그동안 세속주의 성향의 아메트 네지데트 세제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친이슬람 성향의 정책 입안에 번번이 실패해 왔다.

터키는 전체 국민의 98%가 이슬람교도이지만 1923년 오스만 제국 붕괴 후 케말 아타튀르크가 공화국을 건국한 이래 줄곧 종교의 정치와 일상 개입을 차단한 세속주의를 유지해 왔다. 친이슬람 성향의 AKP가 다수당이 된 것은 2002년 11월 총선이 처음이다.

에르도안 총리는 17일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해 단독 정부를 구성하지 못할 경우 정계 은퇴를 하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당인 AKP가 이번 총선에서 전체 550개 의석 중 과반수인 310∼340석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을 얻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세속주의 성향의 제1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100∼120석, 극우 성향의 민족행동당(MHP)은 70∼90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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