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다큐 예고편 조작… 또 고개숙인 BBC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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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영방송 BBC가 12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다큐멘터리 예고편을 조작한 데 대해 여왕에게 공식 사과했다.

이는 BBC가 어린이 프로그램을 일부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사상 처음으로 5만 파운드(약 9300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된 지 4일 만의 일이어서 BBC의 신뢰성이 위기를 맞았다고 현지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BBC는 여왕의 80세 생일을 맞아 왕실 사람들의 생활을 담은 ‘여왕과 함께한 1년’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그런데 올가을 방영을 앞두고 11일 언론에 유출된 예고편이 문제가 됐다.

예고편에는 미국의 유명한 여류 인물사진작가인 애니 라이보비츠가 여왕의 사진을 찍는 장면이 나온다. 사진작가가 여왕의 예복을 문제 삼으며 “왕관을 벗으면 좋겠다”고 하자 여왕은 싸늘한 시선으로 “이게 어때서요?” 한다.

그런 뒤 장면이 바뀌어 시종과 복도를 걸어가면서 “옷 입는 스타일을 절대 안 바꿀 거다”라고 말한다. 마치 여왕이 사진작가의 엉뚱한 요구에 발끈해 방을 나가버리는 것처럼 묘사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여왕이 시종을 데리고 사진 촬영장으로 가는 장면과, 사진작가와 실랑이하는 장면을 뒤바꿔 편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왕실 담당자들이 항의하자 BBC는 성명을 내고 “예고편을 보면 여왕이 사진을 찍기도 전에 나가버리는 것 같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여왕과 사진작가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BBC는 “예고편은 외부 프로덕션 회사가 제작한 것이며 언론에 실수로 공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간부급 사원들에게 최근의 사건들과 유사한 프로그램 조작 사례가 있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작가 라이보비츠는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 사진을 많이 찍어 왔다. 비틀스 멤버였던 존 레넌이 알몸으로 자신의 아내이자 행위예술가인 오노 요코를 껴안고 있는 사진이 그녀의 작품이다. 그녀는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온몸에 밧줄을 감고 포즈를 취하라고 하는 등 엉뚱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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