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리크게이트’ 리비 前 체니 비서실장 2년 6개월 징역형

  • 입력 2007년 6월 7일 03시 00분


“공직자의 거짓말은 중대범죄”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루이스 리비(57) 씨가 5일 ‘진실을 감추려는 말 몇 마디’ 때문에 결국 30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워싱턴 지방법원 레지 월튼 판사는 “그의 행적은 공직자의 한계를 넘어섰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백악관은 “형사사건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분간 대통령 사면도 기대하기 어렵다. 벌금도 25만 달러나 선고됐다. 리비 씨의 아내는 눈물을 흘렸고, 리비 씨의 표정은 백지장 같았다는 게 미 방송의 보도다.

예일대 최우등 졸업, 국무부 국방부 전략가로 활동, 소설가로 데뷔, 부통령 비서실장까지 승승장구하던 그를 추락시킨 것은 어찌 보면 사소해 보이는 몇 마디 거짓말이었다.

▽단순한 혐의=리크 게이트는 중앙정보국(CIA)의 비밀 정보요원인 발레리 플레임 씨의 신분이 누설되면서 시작됐다. 리비 씨는 CIA를 통해 인지한 이 사실을 뉴욕타임스와 타임지 기자 2명에게 흘렸다. 그러나 누설 직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특별명령’을 발동해 신분공개에 따른 처벌을 면제받았다. 그의 혐의는 정보누설이 아닌 위증과 사법방해다.

그는 2004년 이후 리크 게이트를 수사한 연방수사국(FBI)과 법정에 나온 연방대배심에게 “플레임 씨가 스파이라는 사실을 (CIA가 아닌) NBC 기자에게서 들었다”고 거짓말했다. 위증인 동시에 특별검사의 원활한 수사를 방해한 사법방해 행위였다.

그 외에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칼 로브 대통령비서실 차장,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신분을 누설했다. 그러나 이들은 적어도 “진실만을 말하겠다”며 선서한 뒤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처벌을 면했다.

▽왜 가혹한가=수사 대상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기방어를 위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리비 씨는 연방 대배심 앞에서 선서한 뒤 거짓말을 했다는 점이 다르다. 연방대배심은 수사 검사가 재판에 회부할지 말지를 ‘보통사람들의 상식’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구성된다. 리비 씨는 ‘검사의 증인’으로 불려왔다.

미 법률전문가들은 “선서한 뒤 한 발언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사법제도의 원칙과 선서 후의 거짓말을 사회가 용납해선 안 된다는 것이 가혹한 형벌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고위직 복무는 엄벌 사유”=리비 씨의 변호인단은 “그가 모든 것을 바쳐 국가를 위해 봉사한 것을 고려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월튼 판사는 “고위직일수록 제대로 된 언행이 필요하다”며 “이런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국민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공직 봉사가 감형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중형의 이유라는 설명이었다.

‘교과서식 판결’로 알려진 월튼 판사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항소기간이라는 이유로 구치소 감치를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판사가 고위직 종사자에게 형 집행을 늦춰 주는 관행을 뿌리 뽑으려는 것 같다”고 썼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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