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 버지니아공대 희생자 32인 옆에 조승희 추모石

  • 입력 2007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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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미국 버지니아공대의 총기 난사 참극이 발생한 지 7일째인 22일 이 대학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 가고 있었다.

대학본부 앞 잔디광장에 마련된 헌화대에는 일요일을 맞아 꽃과 양초를 든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망자 1명에 1개씩 추모석 33개가 마련됐다. 특히 왼쪽에서 네 번째 추모석은 범인 조승희의 것. 피해자와 가해자의 넋을 모두 기리려는 대학 커뮤니티의 노력이 엿보였다.

이 대학을 상징하는 미식축구공 크기의 화강암 추모석 33개는 잔디밭에 반원을 그리며 놓였고, 추모석 앞에는 대학 깃발과 성조기가 꽂혀 있었다.

조승희의 추모석에는 ‘바버라’ ‘로라’ 등의 이름이 적힌 추모의 글 4, 5개가 눈에 띄었다. 종이 위에 손으로 쓴 글에는 ‘너를 미워하지 않아. 오히려 가슴이 아파 온다’거나 ‘너를 향한 분노가 용서로 변하기를’과 같은 용서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또 그의 추모석 위에는 장미 카네이션 백합 안개꽃이 놓여 있었다. 이 대학을 뜻하는 ‘VT’가 인쇄된 종이에는 ‘2007년 4월 16일 조승희’라고 씌어 있었다.

이 대학 박정민(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조승희가 희생자 33명 안에 포함된 것은 그 역시 버지니아공대의 일원이자 이번 사건의 희생자이기 때문”이라며 “총장을 비롯해 학장 등도 e메일을 보낼 때 희생자 33명으로 표현하면서 조승희를 꼭 포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문객 가운데는 제니퍼 로즈(21) 씨처럼 “조승희가 누군가의 가족이긴 하지만, 가해자의 추모석이 이 자리에 있는 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편 버지니아공대는 사건 발생 1주일 만인 23일부터 수업을 재개하기로 하는 등 정상을 되찾아 가고 있다.

대학 홈페이지에 따르면 23일 오전 ‘침묵 추도식’과 구내 운동장에서 대규모 추모행사를 개최한다. 이어 희생자 32명을 위해 대학 본관의 종탑에서 32회 타종하며, 학교의 상징색인 적갈색과 오렌지색 풍선 1000개를 날림으로써 학교 운영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20, 21일엔 이번 참사로 숨진 인도 출신 케빈 그라나타 교수의 영결식이 블랙스버그 버지니아공대 인근 교회에서 열리는 등 전 세계 희생자들의 고향에서 추모행사가 잇달았다.

블랙스버그=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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