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 학생회 “한 사람의 행동이 벽이 돼선 안될것”

  • 입력 2007년 4월 20일 03시 00분


“한 사람의 행동이 우리 학생들과 한국인들 사이에 장벽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래서도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현재의 상황은 폭력을 극복하려는 열망을 지닌 모든 이에게 강인함과 단결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버지니아공대 학생회가 18일 주미 한국대사관에 한국인들이 버지니아 총격 참사 이후 관심과 애도를 표명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담은 e메일을 보내왔다.

학생회는 대외협력국장 명의로 보내온 e메일에서 “우리는 커다란 슬픔에 잠겨 있지만 감사의 마음으로 버지니아공대 학생들을 대신해 인사드린다”며 “한국이 보여 준 신속한 관심과 배려에 감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학생회는 또 “촛불 추모회를 위해 1만 개의 초를 기부하려고 한 한국대사관의 성의는 버지니아공대 공동체의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대사관 윤석중 홍보공사는 “대사관에서 초를 기부한 것은 아니고 한인단체에서 그런 뜻을 표명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버지니아공대 캠퍼스는 사건 발생 사흘이 지나면서 빠른 속도로 차분함을 되찾는 모습이다. 캠퍼스 곳곳에 배치됐던 경찰 차량이 줄어들어 외견상으로 보면 평상으로 돌아가는 움직임이 뚜렷했다.

세계 각국의 보도진이 몰려 있는 홀츠먼홀 앞 주차장과 건물 주변에는 사고 직후 한때 대형 보도차량이 100대가량 몰려 있었지만 지금은 60여 대 수준으로 줄었다.

대학 캠퍼스 안을 순환하는 버스도 18일 오후 1시부터 운행을 재개했다. 유가족들의 숙소로 활용되고 있는 교내 호텔인 ‘버지니아텍 인(Inn)’에는 이들의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센터를 별도로 마련해 놨으나 보도진의 출입은 엄격하게 통제됐다.

대학 본관 버러스홀 앞에 설치된 희생자 추모단 주변에는 32개의 돌이 반원 모양으로 가지런히 놓였다. 또 추모단 주변에 놓인 메시지 보드에는 “로가나탄 박사님, 당신이 최고의 스승이었다고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합니다.” “마지막 벨리댄스 클래스에서 너를 안고 춤출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등의 추모 메시지가 가득했다

대학 측은 18일 아시아 출신 10여 개국 학생대표 20여 명과 간담회를 열고 혹시 있을지 모를 불상사에 대처할 수 있도록 각별히 주의시키기도 했다. 대학 당국은 아시아 각국 대표 학생들에게 매일 학생들이 안전한지를 파악한 다음 학생처장과 연락하도록 조치했다. 버지니아공대에는 2000명이 넘는 아시아계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워싱턴한인회 대표단은 18일 오후 대학본부 건물인 버러스홀 앞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단상에 헌화한 뒤 양국 국민이 이번 상처를 조속히 극복하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30명이 총을 맞고 숨진 노리스홀 주변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방문객은 전날에 비해 줄어들었다. 대학 당국은 이번 학기가 끝날 때까지 노리스홀을 폐쇄하기로 하고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한편 상당수의 희생자 가족은 사건 발생 3일이 지나도록 희생된 가족을 직접 확인하지 못하거나 시신을 넘겨받지 못해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18일까지 신원 확인 후 유족에게 넘겨진 시신은 희생자 32명 중 9명이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블랙스버그(버지니아주)=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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