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희, '선언문' 통해 '쾌락주의' '부자'에 복수 밝혀

  • 입력 2007년 4월 19일 0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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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사건을 저지른 범인 조승희가 사건 당일인 16일(이하 현지시간) 총과 칼로 무장한 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 및 자신의 주장을 담은 성명서(manifesto)를 미 최대 방송회사인 NBC에 보냈다.

NBC는 18일 오후 6시 30분 나이틀리 뉴스(Nightly News)에서 조씨가 보낸 동영상과 사진 가운데 일부를 공개했다.

범인이 16일 버지니아공대 기숙사에서 2명을 살해한 직후에 보낸 이 우편물에는 전투복을 연상케 하는 등산 조끼를 입은 채 양 손에 권총 2자루를 들고 위협하는 범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 또 그가 카메라 정면에 총과 칼을 겨누면서 사고를 예고하는 섬뜩한 모습도 그대로 들어있다.

NBC는 우편물에 27개의 동영상 파일과 43장의 사진 및 1개의 음성 파일과 함께 성명서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동영상을 통해 "시간이 됐다. 거사는 오늘이다. 너희는 내게 피를 흘리게 하고 나를 궁지로 몰았으며 결국 내가 이 선택 밖에 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했다.

NBC는 그가 '원한'과 '파괴' 등 1800 여개의 단어를 사용한 성명서를 통해 부유층에 대해 강한 증오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동영상에서 범인은 "누가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알아? 목구멍으로 쓰레기를 넘기는 기분, 자기 무덤을 파는 기분이 어떤지 알아?"라며 주변에 대한 불만감을 강하게 표출했다.

그는 이어 "양쪽 귀까지 입을 찢기는 기분이 어떤지 산 채로 불에 타 죽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아?"라고 했고 "모욕을 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는 기분, 보는 사람의 재미를 위해 피를 쏟으며 죽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씨는 또 "너희는 나를 괴롭히면서 즐거워했다. 너희의 즐거움을 위해 나는 머리에 암 덩어리가 있는 것처럼 아팠으며 심장은 갈가리 찢어졌고 아직도 내 영혼을 갉아 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벤츠자동차로, 금목걸이로, 보드카와 코냑으로도 부족했느냐"면서 부유층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조씨는 "희생당한 나와 내 아이들과 내 형제 자매들을 위해 나는 거사를 치를 것이다. 이제 네 손에는 씻을 수 없는 피가 묻을 것이다"며 대량 학살을 예고하는 발언도 했다.

스티브 캐퍼스 NBC 뉴스 사장은 이 우편물을 받은 뒤 바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했다. FBI는 이 우편물에 대한 정밀 분석 작업에 들어갔으며 경찰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계획된 범죄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스티브 프래허티 버지니아주 경찰청장은 18일 버지니아공대 열린 브리핑에서 "이것은 새롭고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이라며 "이 우편물의 가치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스버그(버지니아주)=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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