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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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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독과점 및 가격담합을 금지하는 독점금지법과 배치되는 판결을 연방대법원이 최근 1∼2년 동안 속속 내놓는 추세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잇단 판결의 배경은 100여 년 전에 제정된 독점금지법이 급변하는 기업 환경을 따라오지 못하는 데 있다는 것.
미 대법원은 지난해 독점금지 관련 조항들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판결을 연이어 내놓았다. ‘대형 석유회사 셸과 텍사코가 서부지역에서 휘발유를 판매하기 위해 설립한 합병회사가 독점금지법에 위반된다’는 하급 법원의 판결을 뒤집었으며 ‘특허기술을 가진 기업이 관련 상품을 끼워 파는 것은 불법’이라고 명시한 조항을 폐지하는 판결도 내렸다.
이어 지난달 대법원은 대형 벌목회사가 원자재 회사를 인수해 경쟁회사를 도산시키려 한 혐의에 대해 7900만 달러를 배상토록 한 배심원의 평결을 깨고 “독점금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처럼 독점금지법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대법원의 판결이 이어진 것은 독점금지법이 글로벌화와 첨단기술로 대변되는 경제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1890년대 제정된 미국의 독점금지법은 1900∼1910년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석유회사와 담배회사를 분할하도록 명령하면서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기업의 무자비한 횡포를 막기 위해 제정된 독점금지법이 미국 기업의 대외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떠오르자 적용 범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돼 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들어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대법관 성향이 5 대 4로 보수파가 우세한 것도 친(親)기업적 판결이 잇따르는 이유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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