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대륙에 민주주의 씨를 뿌린다

  • 입력 2007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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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과 15일 오후 8시 680여만 홍콩 주민의 눈은 ATV와 TVB 등 두 개 TV 방송국의 4개 채널에 고정됐다. 홍콩 사상 첫 경선을 통해 행정장관을 뽑는 선거(25일)를 앞두고 첫 ‘후보자 TV 토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홍콩은 반환 10년을 맞아 행정장관 선거 경선 도입으로 민주화를 향한 작은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민주화를 향한 작은 정치 실험 시작됐다=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임기 5년의 세 번째 행정장관을 뽑는 이번 선거 출마자는 도널드 창(63) 현 행정장관과 앨런 렁(49) 공민당 의원 등 두 명. 선거는 상공 금융 노동 사회 종교 등 각 직능 단체에서 투표로 뽑은 직능 대표와 입법의회 의원 등으로 구성된 정원 800명(현재는 796명)의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

이번 선거에서 중국의 지지를 받고 있고 다수의 선거인단 지지표를 확보한 창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점은 경쟁자인 렁 후보도 인정한다. 선거운동 기간에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창 후보는 줄곧 60% 이상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렁 후보는 홍콩 시사주간 야저우(亞洲)주간 최근호가 소개한 인터뷰에서 “홍콩에서도 경선을 통한 선거가 해롭지 않으며 홍콩이 지금까지 경제 발전으로 중국 대륙에 모범이 됐듯 이제는 민주 실험으로 중국에 모범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경선 참여 의의를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홍콩에서의 ‘민주 선거 바람’이 대륙으로 불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

렁 후보는 2012년에도 출마할 뜻을 밝혀 그가 이번 선거를 통해 지명도를 높이고 명분을 쌓은 뒤 차기 선거 방식이 직선제로 바뀌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바뀐 선거=이번 선거에서 창 후보의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인데도 심정적으로 쫓기는 반면 렁 후보는 ‘낙선’이 뻔한데도 자신감에 차있다. TV 토론 이후 홍콩대가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를 조사한 설문에서 창 후보는 65%, 렁 후보는 21%로 창 후보가 압도적 우위였다.

하지만 렁 후보는 “창 후보는 오랜 관료 생활로 인해 밑으로부터의 의견을 듣는 데 익숙하지 않다. 다음 선거에서는 직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감에 차 있다. 두 차례 TV 토론을 거치면서 변호사 출신인 렁 후보의 달변은 주민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반면 중국의 지지는 받고 있으나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창 후보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다. 홍콩 정부가 최근 “지난해 세금이 너무 많이 걷혔다”며 25억 달러(약 2300억 원)를 환급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창 후보는 시사 주간 타임에 소개된 인터뷰에서 “나의 목표는 선거인단의 지지가 아니라 홍콩 주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홍콩 행정장관 후보 비교
항목도널드 창앨런 렁
현재 지위행정장관입법의원(공민당)
출생1944년 10월 7일(63세)1958년 2월 22일(49세)
학력홍콩 화런(華仁)서원, 미국 하버드대 석사(공공정책)홍콩대 법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주요 경력영국 통치부터 40여 년간 행정관료, 재정사장(장관급) 등 역임변호사, 홍콩변호사협회장
지지세력중국 중앙정부, 경제계, 관료계 재야 민주계
확보 선거인단 수161132
선거 슬로건‘나는 이 일을 잘할 수 있습니다’‘도전자가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승자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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