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3인자 모하메드 “9·11테러 내가 기획-지휘했다”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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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테러의 총기획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온 할리드 셰이크 모하메드(41·사진)가 9·11테러를 포함해 세계 각지의 대형 테러 사건을 지휘한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이 15일 보도했다.

모하메드는 10일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비공개로 열린 청문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미국 국방부는 14일 그의 진술서를 공개했다.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3인자로 알려져 온 모하메드는 그동안 9·11테러 등 여러 주요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그는 진술서에서 “9·11 작전의 처음부터 끝까지(from A to Z)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진술했다. 또 자신을 ‘미국의 적’으로 표현하며 1993년 이후 미국과 동맹국을 상대로 한 31건의 테러 및 테러 모의를 지휘했다고 인정했다.

그가 책임을 인정한 테러 사건에는 19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지하 주차장 폭탄 테러와 2001년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 테러도 포함됐다. 그는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과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암살할 계획도 갖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밖에도 그는 9·11테러 이후 2차 공격을 준비했으며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시카고 시어스타워 등 대형 빌딩과 원자력발전소, 영국 국회의사당과 히스로 공항, 파나마 운하, 미국과 동맹국의 대사관을 폭파하기 위해 작전 계획을 세우고 자금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알카에다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중동에 대한 미국의 억압에 저항해 오랫동안 싸워온 것뿐”이라며 알카에다의 테러를 미 독립전쟁에,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조지 워싱턴 미 초대 대통령에 비유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9·11테러의 희생자들에게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3000명이 사망한 사실이 행복하지 않다”며 “특히 아이들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테러 사건을 정말 모하메드가 기획하고 지휘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쿠웨이트에서 자란 모하메드는 2003년 3월 파키스탄에서 붙잡혔으며 미 중앙정보국(CIA)의 해외 비밀감옥에 수감돼 있다가 지난해 9월 관타나모 수용소로 이송됐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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