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오답도 붕어빵이네…뭘 보고 공부했기에?”

  • 입력 2007년 2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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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몬트 주 미들베리 칼리지의 닐 워터스 교수는 지난 학기 일본사 강의 수강생들의 답안을 채점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학생 6명이 17세기 일본에서 천주교 탄압에 항거해 농민들이 일으킨 시마바라(島原)의 난을 예수회가 지원했다고 쓴 것이다. 워터스 교수에 따르면 당시 예수회는 일본에서 숨어 지내야 하는 형편이어서 농민의 난을 지원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는 6명의 학생이 똑같은 오답을 적어낸 이유를 추적한 결과 이들 모두 누리꾼이 자발적으로 첨삭해 가며 만들어 가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참고한 사실을 알아냈다.

워터스 교수는 학과에 문제를 제기했다. 다른 교수들도 1년쯤 전부터 위키피디아를 인용해 리포트를 써 내는 학생들을 보고 당황하던 참이었다. 결국 역사학과는 최근 학생들에게 시험을 보거나 과제물을 작성할 때 위키피디아의 인용을 금지한다고 공표했다. 또 위키피디아나 이와 비슷한 유형의 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을 근거로 채점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뉴욕타임스는 21일 미들베리 칼리지 역사학과의 이 같은 방침을 전하면서 학계를 중심으로 위키피디아의 신뢰도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들베리 칼리지는 26일 학문적 연구 과정에 위키피디아를 인용할 수 있느냐를 놓고 교내에서 찬반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날 행사에서 위키피디아 인용 지지 방침을 발표할 제이슨 미텔(미국학 및 미디어 문화 전공) 부교수는 역사학과의 최근 결정이 “(위키피디아를) 전통적 지식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넷을 인용한다고) 전통 학문이 가치를 잃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토머스 베이어(러시아 전공) 교수는 “백과사전을 활용하는 데는 반대하지 않지만 이를 (학문적 연구에) 인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위키피디아의 공동 창립자인 지미 웨일스 씨는 “위키피디아뿐만 아니라 브리태니커 같은 백과사전을 (학문적으로) 인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위키피디아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팝송을 못 듣게 하는 것만큼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의 위키피디아 영어판 사용자는 지난해 12월 3800만 명에 이른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엔진업체 구글의 검색창에 특정 주제나 단어를 입력하면 1순위로 뜨는 사이트가 위키피디아다.

미들베리 칼리지와 달리 위키피디아를 교육에 활용하는 대학들도 있다. 영국의 이스트 앵글리아대와 미 오하이오 주 오벌린 칼리지는 학생들에게 중동 문제나 고대 로마를 주제로 한 글을 위키피디아 식으로 고쳐 써 보라는 숙제를 내기도 한다. 글쓰기 훈련도 되고 전문 지식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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