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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13일 2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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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긴장의 근원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딕 체니 미국 부통령 같은 국가지도자의 자극적 언사라는 점.
체니 부통령은 지난해 5월 "러시아는 민주국가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구경을 맞댄 리투아니아에서였다. 푸틴 대통령이 즉각 "(지난해 2월 메추리 사냥터에서 총기사고를 내 구설에 올랐던) 체니 특유의 오발탄"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한발 더 나가 10일 독일에서 "미국 주도의 '단극(單極) 체제'를 용인할 수 없다"고 연설했다.
백악관은 뒤늦게 확전을 피하려는 기색이 완연하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미국은 러시아를 중요한 우방으로 생각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솔직하게 대화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이란 및 북한 핵 포기를 위해 러시아의 외교력이 절실한 백악관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상대를 전략적 파트너로 규정한 두 나라의 갈등은 '쓰러졌던 공룡' 러시아의 기력 회복과 무관치 않다. 98년 배럴당 10달러 선에 맴돌던 국제 유가가 한때 70달러까지 치솟은 것은 러시아에 복음과도 같았다. 98년 외채지불 능력을 상실한 채 채무상황연기(모라토리엄)을 실시했던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채권국 모임 '파리클럽'에 지고 있던 장기 국가 부채 237억 달러를 모두 갚았다. 러시아 수출의 65%는 원유와 천연가스다.
2004년 재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을 바라보는 워싱턴의 기류는 착잡하다는 것이 미 언론의 보도다. 러시아는 친 서방 움직임을 보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겨울철 가스공급 중단 압박, 핵심 석유산업 경영자 구속을 통한 국유화 등 '소비에트 회귀형' 결정을 최근 잇따라 내렸다.
카네기 재단의 앤드루 쿠친스 박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국가체제 붕괴로 20년간 침묵하던 러시아가 이제야 러시아답게 행동하고 있다"고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국무부 러시아정책 담당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에너지기업의 러시아 유전사업 진출 보장 △러시아가 이란 핵 포기외교에 협조 △테러범에게 옛 소련 핵물질의 유출방지 노력을 미국의 3대 희망사항으로 꼽았다.
인권문제에 관심이 높은 씽크탱크인 프리덤 하우스는 2월 초 러시아의 인권 수준을 북한과 동급으로 분류했다. 러시아의 요란한 부상(浮上)을 보는 워싱턴의 기류를 잘 반영하는 사례로 해석된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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