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은 ‘조화사회’의 적?…19일 사망 10주기 ‘잠잠’

  • 입력 2007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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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의 고향인 중국 쓰촨 성 광안 현에 있는 대형 조각상. 동아일보 자료 사진
덩샤오핑의 고향인 중국 쓰촨 성 광안 현에 있는 대형 조각상.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일은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의 10주기가 되는 날. 그러나 중국 대륙은 조용하기 그지없다. 10주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중앙정부는 아직 기념행사 계획 하나 발표하지 않고 있다.》

덩의 개혁개방 덕에 중국이 30년이 채 안 돼 세계의 최강대국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G2 국가’가 됐는데도 덩의 10주기를 외면하는 까닭은, 그가 주창한 선부론(先富論)이 현재 중국이 직면한 빈부격차 문제를 불러왔다고 보는 시각 때문이다.

▽10주기 추모 열기 ‘냉랭’=덩샤오핑이 1978년 중국 공산당 제11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천지개벽 같은 ‘개혁개방’을 결정할 당시 226달러였던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8년 만인 지난해 2049달러로 무려 9배 늘었다. 같은 기간 무역액은 85배, 외환보유액은 6385배나 늘었다. 절대빈곤을 면치 못하던 중국은 이제 그런대로 먹고살 만한 ‘샤오캉(小康)’사회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10주기를 맞는 요즘 중국 대륙에서는 추모 열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고향 쓰촨(四川) 성의 광안(廣安) 시에서만 그를 회고하는 조촐한 참배 및 학술행사가 있을 뿐이다. 또 최근 1949년 9월∼1952년 8월의 연설 등 140편이 실린 덩의 문집이 발간된 게 전부다.

민간단체나 기업도 기념행사 움직임이 전혀 없다. 신화(新華)통신이나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아직까지 덩의 10주기를 기념하는 특집 하나 내놓지 않고 있다. 개혁개방의 혜택으로 지난해 1인당 GDP 1만 달러를 넘어선 광저우(廣州)에서 발행되는 난팡(南方)주말만이 지난주 그의 사상을 재조명하는 특집기사를 냈을 뿐이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1992년 개혁개방을 강조하며 남부지방을 시찰한 덩의 남순강화(南巡講話)에 감명 받은 류안원(劉安文·48) 씨는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5년간의 작업 끝에 덩의 전신조각상 50개를 제작했다. 그는 덩의 10주기를 맞아 전국을 돌며 전시회를 연다.

▽선부론이 양극화 초래?=이 같은 냉랭한 분위기는 전국적 기념행사가 열렸던 지난해 9월 마오쩌둥(毛澤東) 30주기와는 딴판이다. 또 전국에서 추모행사가 열리고 동상이 세워진 2004년 8월 그의 탄생 100주년과도 크게 다르다.

이는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덩이 주창한 선부론이 양극화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조화사회’를 최대 국정목표로 삼는 후진타오(胡錦濤) 지도부가 덩을 찬양할 수만은 없게 됐다는 것. 1978년 0.2로 ‘상당히 평등하던’ 중국의 지니계수는 지난해 0.47을 기록해 이미 위험경계선인 0.4를 넘어섰다.

그러나 런민대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빈부격차 등 사회모순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개혁개방을 통해 절대 기아에서 중국 인민을 해방시키고 오늘의 중국을 이룩한 덩의 위대한 공적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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