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치기 조직 적발…이슬람 테러단체 자금줄 의혹

  • 입력 2007년 2월 5일 19시 23분


이슬람 테러단체의 자금줄이란 의혹을 사고 있는 국제 환치기 조직의 국내 조직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5일 국내 이슬람권 외국인노동자와 한국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불법 외환거래를 알선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파키스탄 소재 국제 환치기 조직인 '마누르'의 국내 조직책 M(35) 씨를 구속하고 A(40) 씨 등 파키스탄인 환치기 모집책 9명과 김모(40) 씨 등 한국인 수출업자 1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M 씨 등 마누르의 조직원들은 2005년 7월 한국에 들어와 '마누르 인터내셔널' 한국지부를 설립한 뒤 국내 시중은해에 본인 또는 차명계좌 17개를 개설해 8000여 차례에 걸쳐 파키스탄 등으로 돈을 송금해주고 수수료 명목으로 400억 원을 챙긴 혐의다.

이들이 챙긴 수수료는 송금액의 0.4%로 일반 은행의 수수료의 절반 정도밖에 안돼 이슬람권의 외국인노동자 상당수가 이들을 통해 본국으로 돈을 보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이 활용한 환치기 수법은 일명 '하왈라(아랍어로 신뢰를 뜻함)'라는 것으로 송금자가 환치기 업자에게 받은 비밀번호를 본국의 인출자에게 알려주면 이 번호를 대고 돈을 수령해가는 방식이다.

하왈라 방식으로 자금이 송금되면 자금출처가 전혀 노출되지 않는데다 세금포탈이 가능해 마약·테러조직이 이 방식을 활용해 돈을 전달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섬 나이트클럽 폭탄 테러 사건의 주범인 테러단체 '제마이슬라미야'가 알카에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때도 하왈라 방식이 활용됐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2004년 당시 파키스탄 정부가 파악한 바로는 하왈라 방식으로 연간 20억~50억 달러가 거래되고 있으며 이 중 5%가 테러조직의 자금이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마누르의 국내 조직책인 M 씨가 파키스탄 마누르 본부 총책의 친인척인 점으로 미뤄 국내에서 거래된 자금의 일부도 테러조직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어 내사중이다"고 밝혔다.

마누르 조직은 한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등에 조직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은아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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