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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월 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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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개원한 미국 110대 의회에서 하원의장에 등극할 낸시 펠로시 의장은 지난해 말 민주당 지도부를 만나 이런 구상을 밝혔다.
현역의원 30명의 낙선을 부른 공화당의 11·7중간선거 참패는 ‘공화당=부패정당’의 꼬리표 때문이다. 당시 출구조사에서 투표자의 74%는 “부패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깨끗한 정치=민주당이 작성한 부패청산 구상의 첫머리에는 공짜 선물, 공짜 식사, 공짜 여행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공화당의 하원 원내대표 톰 들레이 의원이 스코틀랜드에 골프 여행을 떠났고, 의원보좌관들은 워싱턴 프로야구팀 경기를 로열박스에서 즐겨 봤다. 모두 로비스트의 접대로 확인되면서 ‘로비스트의 향응에 휘둘리는 정치인’ 문제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민주당은 의원 보좌진의 산업현장 방문과 같은 입법활동은 ‘당일치기 여행’을 조건으로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공화당의 악명 높던 ‘K 스트리트 프로젝트’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개혁구상에 포함됐다.
이 프로젝트는 공화당 지도부가 기업을 상대로 “공화당 성향의 로비스트를 고용해야 로비가 잘 풀린다”며 워싱턴 로비산업의 상징인 K 스트리트를 공화당원 일색으로 만들려던 시도를 말한다.
▽일하는 의회=민주당 상하원 지도부는 지난해 12월 의원들에게 “앞으로 의회에서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겠다”고 통보했다. 지금까지 의회는 청문회 및 법안심사 일정을 대체로 화∼목요일로 잡아 왔다. 워싱턴에서 비행기로 5, 6시간 떨어진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워싱턴 주 등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의 활동을 돕는다는 핑계였다. 그러나 이런 ‘여유로운 의사일정’ 탓에 지난 2년간 미 의회는 평균 주2회 문을 열었다. 미 언론은 ‘놀고먹는 의회(Do-Nothing Congress)’라는 별명을 붙였다.
민주당은 또 의원들이 누리던 장기휴가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지금까지는 ‘8월의 한 달 휴가’가 관행이었다.
▽예산 낭비 막기=미 의회의 악명은 ‘예산 끼워 넣기’ 관행에서 절정에 이른다. 장기휴회를 앞둔 7, 12월에 주로 실시되는 예산안 심의에서 의원들은 ‘A지역의 B사업에 300만 달러’라는 식의 예산안 끼워 넣기를 시도해 왔다. ‘꼬리표 달린 예산(earmark)’으로 불리는 이런 예산은 지난해에만 700억 달러(약 65조 원)가 책정됐다. 한국 일반예산의 절반을 넘어서는 막대한 액수다.
이런 현상은 공화당이 지배하는 지난 12년간 두드러졌다. 1994년 2000건에 그쳤던 꼬리표 예산은 2006년 1만4000건까지 늘어났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다.
민주당 관계자는 “누가 왜 막판에 특정 예산을 삽입했는지를 예산안 실명(實名)제로 낱낱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예산 지킴이’ 의원의 외로운 싸움
제프 플레이크(공화) 미국 하원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 ‘돈키호테’로 통한다.
동료 의원이 예산을 자기 선거구에 쓰기 위해 마구 끌어가는 것을 막겠다며 외로운 싸움을 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미국 CBS방송의 ‘60분’ 프로그램이 선배 정치인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해 온 이 ‘돈키호테 의원’을 소개했다. 방송 홈페이지에는 지난해 6월 하원 전체회의에서 그가 벌인 설전의 동영상이 올라 있다.
“1인승 프로펠러 비행기(rotorcraft) 산업 지원에 400만 달러(약 34억 원)를 왜 써야 합니까?”(플레이크 의원)
“젠장, 아무것도 모르는 자가 헛소리를 지껄이는 걸 그냥 둘 수 없다.…예산 낭비를 막았다고 신문 1면에 나오고 싶다 이거지? 분명히 말해 두는데 이건 낭비가 아니다.”(커트 웰던 의원)
한국에는 평양을 방문한 의원으로 잘 알려진 웰던 의원은 11월에 열리는 선거에서 재선 가능성이 의심받는 상황이었다. 그는 회의장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며 맞싸웠다. 미 의회에서 이렇게 흥분한 의원은 지금껏 찾아보기 힘들다.
이어 플레이크 의원은 뉴욕 시의 저소득층 거주지역인 브롱크스 출신의 민주당 호세 세라노 의원이 슬쩍 끼워 넣은 예산 항목을 꼬집었다.
“이탈리아 재래시장 배관공사에 15만 달러(약 1300만 원)라니. 이걸 보고도 납세자가 지갑을 열 것으로 보세요? 브롱크스미술위원회에 30만 달러(약 2800만 원)는 또 뭡니까.”
플레이크 의원은 당시 CBS 인터뷰에서 “이런 예산안은 사실상 수혜 대상 단체가 고용한 로비스트가 다 작성한다. 그걸 의원실에 제출하면 보좌관이 자동적으로 세출위원회로 넘긴다”고 설명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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