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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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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정국 및 중동 정세
이라크 역사에서 운명적인 날의 하나로 기억될 지난해 12월 30일. 이날 새벽 후세인의 처형 소식으로 아침을 맞은 이라크 국민은 대부분 둘 중 하나였다. 그가 저지른 독재정치의 희생자였거나 추종자였거나.
후세인 독재정치에서 신음한 시아파 출신의 무아파크 알루바이에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라크 역사의 한 장이 끝났다”며 “과거를 잊고 함께 살자”고 말했다. 후세인 몰락 이후 이라크 정권의 주축으로 성장한 시아파가 수니파를 향해 공동 국가 건설을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시아파 정부 보안군의 폭력에 이를 갈아온 수니파 후세인 추종자들은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엇갈린 반응은 지난 3년간 이라크 종파 간의 간격이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잘 보여 준다. 뉴욕타임스는 31일 “이라크는 여전히 후세인이 구축한 유산 아래 있다”며 후세인 처형이 가져올 정국의 혼란을 우려했다.
후세인을 추종했던 바트당 저항세력이 미국에 보복을 다짐하는 데다 이라크 정국의 최대 변수인 종파 간 분쟁과 갈등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 후세인 처형에 분노의 목소리를 내는 중동 국가들까지 이라크 사태에 각종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중동 전체가 요동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국의 전략 전환
1월에 새롭게 내놓을 이라크 정책을 고심 중인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후세인 사형의 파장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자세다.
후세인 처형은 내전 상태로 몰고 간 이라크 폭력 사태의 장기적 해결을 위해 저항세력의 구심점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사형 선고 및 신속 집행 과정에서 준비된 성명만 발표하는 ‘낮은 포복’ 자세를 유지했다. 미국의 개입 인상을 약화시킴으로써 후세인 처형이 미국의 새로운 이라크 정책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처형 당일 워싱턴 외교가는 “사형 집행의 신속성은 눈길을 끌지만 예상됐던 처형인 만큼 큰 정책 변화를 부를 요인은 아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2004년 후세인 체포 소식이 형성했던 긍정적 기류와는 달리 수렁에 빠진 이라크의 어두운 현실이 달라질 징후가 보이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날 “정책에 미칠 영향보다는 ‘후세인 대(對) 부시 가문’의 심리적 대결 구도가 종언을 고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대감과 현실에서의 상황 전개가 종종 차이를 보인다는 것. 후세인 사형을 계기로 친미와 반미, 시아파와 수니파 갈등, 테러리스트의 개입이 이어지면서 이라크의 혼란이 지속될 경우 미국의 새로운 이라크 전략 구상에도 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 사형확정 4일 만에 집행 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교수형 집행은 세계적인 뉴스로 지구촌의 눈과 귀를 붙들었다. 과연 후세인의 처형은 미국의 의지에 따른 것일까. 또 후세인 재판과정은 공정하게 진행됐는가.
후세인 처형 이후 제기되는 두 가지 핵심 쟁점을 짚어본다.
▽미국의 지시?=이라크 최고법원의 사형 확정 판결 나흘 만에 교수형이 전격 집행되자 일각에선 “2007년 새 이라크 전략 시행을 앞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혼란스러운 이라크 상황을 연내에 일단락 짓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조기 처형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처형 결정에 직접 간여했다는 주장은 뚜렷한 근거가 없다. 지난해 12월 31일 이라크 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2명의 부통령이 교수형 집행에 서명한 뒤 29일 각료 및 정치지도자들을 만나 교수형 집행을 최종 결정하고 보안대책을 협의했다. 이어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을 통해 부시 행정부에도 조기 처형 방침을 알렸다.
비록 친미정부로 불리지만 알말리키 정부가 미국의 일방적 지시를 받는 관계는 아니며 시아파 지도자들이 후세인에 품은 적개심과 정치적 계산은 복잡한 함수관계를 고민해야 하는 부시 행정부에 비해 훨씬 단순하고 강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공정 재판이었나?=후세인 사형선고 앞뒤로 미국 유럽 중동의 인권단체들이 지적한 재판과정의 문제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체포 후 1년간 변호인 접견이 통제된 채 재판이 지나치게 빨리 진행되면서 재판장이 교체되는 등 파행을 겪었고 △후세인의 변호인이 3명이나 암살당해 능력 있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어려웠으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변호인단이 접근하기 어려워 기본적인 자기방어조차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후세인이 ‘내가 주민 살해를 지시했고 그것은 국가수반의 특권’이라고 진술하는 모습이 TV에 방송됐으며 학살 명령에 서명한 것이 확인된 만큼 유죄를 의심할 여지는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절차상의 문제가 지적될 수 있지만 어떤 절차로 재판이 진행됐든 이보다 더 분명한 유죄 증거를 찾기는 어려웠다는 점에서 재판은 유효하다는 것.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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