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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26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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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영방송 BBC는 "23일 사망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씨 방광에서 폴로늄 210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으며 경찰이 그가 입원하기 전 들렀던 일식집과 호텔에서 이 물질의 흔적을 추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로늄 210이 자연 상태에서 방출하는 방사능은 인체의 피부를 뚫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사람이 복용해 인체 내부에 들어갔을 때는 강력한 독성 물질로 변해 장기 파열과 백혈구 파괴를 일으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전 세계의 핵 시설에서 이 물질을 정기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이 물질이 입자가속기나 원자로에서 추출됐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동유럽 암시장에서 밀거래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서유럽과 러시아는 사건의 배후를 놓고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서유럽 측은 이번 사건에 러시아의 크렘린과 FSB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리트비넨코 씨가 러시아의 탄압을 피해 영국으로 망명한 스파이인데다 그가 러시아의 체첸 정책을 비판한 여기자 안나 폴릿코프스카야 씨의 사망 사건과 관련된 문서를 전달받았기 때문.
러시아 측은 연루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스파이 사망사건을 정치적 도발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일부 러시아 정치인들은 "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씨의 소행일 수 있다"며 의혹 떠넘기기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푸틴 대통령의 집권 과정 및 러시아의 내부 갈등과 밀접한 인연을 맺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남부 체첸 반군을 성공적으로 진압한 뒤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집권 후에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 가까웠던 크렘린 구파를 제거했다.
이 과정에서 석유 회사 등 국영 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일부 재벌과 관료들은 푸틴 대통령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가 감옥이나 해외 망명을 선택해야만 했다. 베fp조프스키와 리트비넨코 씨도 2000년 영국으로 망명했다.
폴릿코프스카야 기자는 체첸에서 러시아 군의 인권 유린 현장을 취재하다가 영국으로 건너가 리트비넨코 씨를 만나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서 러시아가 영국의 수사 결과를 수용할지도 의문이다. 러시아 반정부 망명객에 대한 인도 문제를 놓고 두 나라는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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