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골프를 즐긴 지구인…러 우주비행사 미하일 튜린

  • 입력 2006년 11월 23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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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오프 타임에 77분이나 지각, 6번 아이언을 꺼내들고 한 팔로 티샷, 그러나 슬라이스…. 골퍼의 매너도, 성적도 매우 불량했지만 '우주 역사상 최장타 기록'을 남겼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 우주비행사 미하일 튜린(44)이 23일 오전 9시57분(한국시각) 중력이 없는 우주공간에서 지구궤도를 향해 티샷을 날렸다. 그가 사용한 공은 일반 골프공의 15분의 1 무게에 불과한 3g짜리 초경량 골프공.

우주복의 냉각장치 이상과 영상 촬영에 필요한 시점 선택 문제로 티오프 시각이 당초 예정보다 많이 지연됐으나, 정거장 끝에 고정된 스프링 모양의 티에 골프공을 올려놓고 샷을 날렸다.

튜린은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다 거꾸로 뒤집히기도 했다. 결국 '캐디'로 나선 미국인 동료 우주비행사 마이클 로페즈알레그리아가 'PGA 룰'을 어기고 그의 발을 잡아줬다. 이 장면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관제소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튜린이 날린 공의 비거리가 얼마가 될지는 전문가마다 말이 다르다. 일부는 2년 동안 16억km 거리를 나를 것이라는 계산도 내놨지만, NASA 측은 2~3일 동안 160만km 정도 날다 대기 중에서 타버릴 것으로 예상했다.

우주에서 골프를 즐긴 지구인은 튜린이 두 번째. 1971년 미국 아폴로 14호 우주비행사 앨런 셰퍼드가 달 표면에서 처음으로 골프채로 빈 스윙을 했다.

이번 우주 골프 쇼는 재정난에 처한 러시아 연방우주청이 캐나다의 골프채 제조업체 '엘리먼트 21'과 맺은 광고계약에 따라 마련한 것. 그 대가가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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