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평화 위해” 美-이란 손잡을까

  • 입력 2006년 11월 22일 02시 56분


이란이 이라크 내 종파 간 유혈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에 3국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AP와 AF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즉각 이를 받아들여 25일 테헤란 방문 일정을 잡았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아직 분명한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최근의 시리아-이라크 관계를 감안하면 이란의 제안을 수락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시리아는 이미 19일 왈리드 무알렘 외교장관을 이라크에 보내 종파 간 분쟁 해결 지원방안을 논의한 상태. 시리아와 이라크는 이어 21일 그동안 단절됐던 양국의 국교 회복을 공식 선언했다. 1982년 국교 단절 이래 24년 만이다.

이라크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란과 시리아의 이런 시도는 워싱턴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11·7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이후 워싱턴에서는 이란과 시리아를 이용해 이라크 사태와 미군 철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소리가 부쩍 높아졌다.

초당적 자문기구인 ‘이라크스터디그룹(ISG)’도 같은 내용의 정책권고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이란이 워싱턴의 이런 기류에 편승해 중동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핵 개발 강행에 따른 국제사회의 압박을 피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발리 나스르 연구원은 “이란은 레바논과 아프가니스탄뿐 아니라 이라크에 대해서도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미국 랜드연구소 중동센터의 데이비드 애런 연구원은 “이란과 시리아가 이라크 분쟁 해결에 협조하는 대가를 톡톡히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자국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강경 반대 철회를, 시리아 정부는 2005년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전 총리의 암살을 배후조종했다는 의혹에 대한 유엔의 조사 중단을 요구사항으로 내걸 가능성이 있다.

이라크의 종파분쟁이 악화돼 국지전으로 번지면 두 나라 역시 말려들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상황도 작용했다. 시리아의 경우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 이래 100만 명 이상의 피란민이 몰렸다.

미국은 겉으로는 이란의 3자회담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이란을 중동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협력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는 시각이 다수다. 시리아도 마찬가지. 미국은 시리아가 이라크로 들어가는 테러범들에게 통로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금까지 이란과 시리아가 해 온 말이 실제 행동으로 연결된 적이 없다”며 의미를 깎아내렸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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