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와 부시, 사석서 만난 두사람은 친구이자 적”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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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미국의 첫 여성 하원의장에 취임하는 낸시 펠로시(66)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막내딸인 알렉산드라 펠로시(36) 씨가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에 12일 ‘나의 어머니, 나의 대통령’이라는 글을 실었다.

프리랜서 TV 프로듀서인 알렉산드라 씨는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캠프를 밀착 취재해 다큐멘터리 ‘조지와의 여행’을 내놓은 주인공. 그해 어머니와 부시 후보의 첫 대면에 동석하기도 했다.

다음은 기고 내용.

2000년 선거 유세 비행기 안에서였다. 부시 후보는 어떤 잡지의 부통령 후보군 하마평 기사 밑에다 ‘펠로시’라고 쓰고는 ‘나와 함께 일하도록 그를 데려올 수 있나?’라고 적었다.

그해 3월 부시 후보의 오클랜드 유세 때 부모님이 나와 점심식사를 같이 하려고 오셨다. 부시 후보는 우리 가족을 그의 방으로 초대했다.

그는 유세 여정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했고, 어머니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를 돕기 위해 열성을 다하고 있다고 정중하게 설명했다.

다음에 그를 만난 곳은 백악관에서였다. 그는 내게 “당신은 어머니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 어머니는 하원에서 이라크전쟁을 놓고 공화당과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사석에서 만난 어머니와 부시 대통령은 ‘친구이자 적’ 같았다.

사실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는 대통령이었고, 어머니의 아버지는 민주당 하원의원(볼티모어)을 지낸 뒤 볼티모어 시장이 됐다. 둘 다 뒤늦게 정치에 입문했고, 둘 다 “선거가 전부가 아니며 지더라도 삶은 계속된다”고 말해 왔다. 그리고 몇몇 사람은 두 사람을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다.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시 대통령이 어머니를 처음으로 비난했다. 어머니는 대통령이 ‘선물’을 줬다는 것을 알았다. 미국 대통령이 당신을 비웃을 때 당신은 유명해진다. 그리고 대통령이 당신을 공개적으로 조롱할 때 돈더미가 굴러들어 온다.

국민은 구경꾼이 돼서 TV 화면으로만 정치를 접해서는 안 된다. 부시 대통령과 펠로시 대표 역시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들에게는 이끌어 가야 할 국가가 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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