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교육기본법 개정위해 국민과의 대화 조작

  • 입력 2006년 11월 10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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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교육기본법을 개정하기 위해 여론조작을 시도해온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밝혀진 전말은 다음과 같다.

내각부는 9월 2일 아오모리(靑森)현 하치노헤(八戶)시의 한 호텔에서 고사카 겐지(小坂憲次) 당시 문부과학상이 참석한 가운데 타운 미팅(국민과의 직접 대화)을 열었다. 타운 미팅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시절 국민여론을 업고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제도.

당초 불거진 의혹은 '아오모리 현 교육위원회가 한 학부모에게 교육기본법 개정에 찬성하는 취지로 질문을 해달라고 의뢰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각본을 만든 주체는 현교육위원회가 아니라 더 윗선인 내각부와 문부과학성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내각부 등은 질문 문안을 3가지 유형으로 만들어 동원된 질문자에게 보내면서 "자신의 의견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라"는 주의사항까지 전달했다.

또 하치노헤 시 타운 미팅에 '동원된 질문자'는 1명이 아닌 6명이며, 교육개혁을 주제로 열린 8차례의 타운 미팅 중 하치노헤 시 외에 다른 4곳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이번에는 고이즈미 정권 시절 열린 174번의 타운 미팅 전체에 '사전 각본이 있었지 않나'하는 의혹이 제기됐다.

내각부의 한 관계자는 의혹을 해소한답시고 "반도 안 된다"고 해명했으나 최소한 반 가까이를 짜고 한 사실을 자인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문부상은 10일 국회에서 타운 미팅을 근거로 '교육기본법 개정에 대한 민의가 확산됐다'고 한 지금까지의 설명은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교육기본법 개정안은 애국심을 기본이념으로 삼아 '국가주의 교육 강화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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