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사형선고 이후…종족간 내전 후폭풍 부나

  • 입력 2006년 11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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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정의의 승리’냐, ‘결론이 뻔한 승자의 재판’이냐.

5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사형선고는 이 같은 논란을 떠나 2003년 말 후세인 체포 당시부터 예상돼 온 결과였다. 따라서 관심은 사형선고 이후의 파장에 쏠려 있다.

▽이라크 내분 격화되나=후세인 사형선고는 당장 이라크 내부에 거센 후폭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내전 상황으로 치닫는 이라크 내 종파 간 분쟁에 기름을 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장 후세인 지지 세력인 수니파의 저항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수니파는 후세인의 사형을 ‘순교’로 추앙할 것이며 사형선고를 환영하는 시아파 세력과의 무력 충돌은 물론 격렬한 반미 투쟁까지 벌일 소지가 있다. 날로 격화되는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지난 한 달 동안에만 이라크 주둔 미군 사망자가 103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사형선고로 결국 이라크가 시아파-수니파-쿠르드족으로 분리되는 시나리오도 힘을 얻는다. 이라크가 삼등분돼 각기 독립국으로 영구 분리되는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3개의 정치세력으로 갈라지는 연방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왜 하필 미국 중간선거 이틀 전에?=후세인 사형선고가 공화당이 수세에 몰린 미국 중간선거 이틀 전에 내려진 것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선거 전략의 하나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상황이 선거의 향배를 가르는 최대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로서는 후세인의 반인륜적 범죄의 역사적 단죄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이라크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민주당의 이라크전 비판론을 피해 갈 호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세인 사형선고로 당장 이라크에서 수니파의 집단 폭동이 일어나고 종파 갈등이 격화돼 미군 희생자가 더욱 늘어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공화당의 득표 전략에 결코 이로울 리 없다.

▽재판은 과연 정당했나=독재자 단죄라는 역사에 남을 재판 결과에도 불구하고 후세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이라크 특별재판소의 정통성 시비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1월 이라크 제헌의회가 특별재판소의 합법성을 사후 승인했긴 했지만 미군 주도의 임시행정처(CPA)가 이를 만들었다는 점은 재판의 공정성에 논란을 던지고 있다. 더욱이 재판과정에서 후세인의 변호인이 3명이나 피살당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AI)는 이날 성명에서 후세인 재판의 정치적 개입과 증인 및 변호인 보호 실패를 거론하며 “불공정으로 심각하게 얼룩진 더러운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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