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교육 ‘옐로 카드’…고교 289곳 파행수업 들통 유급위기

  • 입력 2006년 10월 31일 2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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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위주의 파행수업, 집단 괴롭힘(이지메), 권위주의 등 일본 교육의 어두운 곳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애국 교육' 강화를 위한 교육기본법 개정을 최대 정권공약으로 앞세워 추진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기본 가치관부터 흔들리는 형편이다.

▽파행수업 문제=24일 도야마(富山)현 다카오카미나미(高岡南)고교 3학년생 전원이 세계사 등 필수과목 수업을 제대로 받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대학 입시에 도움이 안 된다며 학교 측이 마음대로 수업시간을 줄인 것.

이 고교뿐만 아니었다. 문부과학성이 전국 공립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89개교 4만7094명이 졸업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필수과목 수업을 듣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타마(埼玉)현의 한 고교는 호주에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세계 역사를 접했다"며 세계사 수업을 한 것으로 변칙 처리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일본 정부는 집단유급사태를 막기 위해 70시간 동안 보충수업을 실시하면 졸업을 인정해주겠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필수과목 수업일수 부족으로 문제가 된 이바라기(茨城)현 사타케(佐竹)고교 교장(58)이 30일 산속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면서 교육 현장의 동요는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지메와 권위주의=후쿠오카(福岡)현 미와(三輪)중학교 2년생 자살사건(본보 10월18일자 A21면)에 이어 23일에는 기후(岐阜)현의 미즈나미(瑞浪)시립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 측은 이지메를 부인했지만 미와중학교 등의 이지메 은폐 파문이 있었던 터라 여론은 처음부터 믿지 않는 분위기다. 더구나 이 여학생이 이지메를 당했다는 증언이 하나둘씩 나오면서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교무실 내의 권위주의도 불행을 불렀다. 9월6일 지바(千葉)현 지바시립중학교에서 교장에게 질책을 당한 교사(50)가 육교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유족들은 "고인이 교장으로부터 인간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모욕을 당했다"며 29일 공무상 재해 인정 신청을 내는 등 파문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불상사가 줄을 잇자 야당인 민주당은 "교육기본법을 바꾸기 전에 현실 문제부터 해결하라"며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교육기본법 개정은 오래된 꿈이자 자민당 창당이래의 비원(悲願)이었다"며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태세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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