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방치하면 경제적피해 대공황 이상"

  • 입력 2006년 10월 31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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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도가 3℃ 더 올라가면 400억 명이 물 부족에, 5억 명은 기근에 허덕이게 된다. 5℃ 상승하면 뉴욕과 도쿄가 물에 잠기기 시작한다. 홍수 피해와 수 억 명의 영구 이재민 발생, 50% 이상의 생물 멸종위기, 기근과 아사, 말라리아나 열병 같은 질병 문제가 잇따른다. 이를 방치하면 세계대전이나 대공황 당시보다 더 큰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세계은행 부총재 출신인 영국 정부의 수석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 경이 최근 작성한 600쪽의 '기후 변화의 경제학' 보고서에서 제기한 경고다. 각종 그래프와 수치로 채워진 이 보고서는 과학적 분석을 통해 지구 온난화 문제를 비용 측면에서 풀어낸 첫 연구 자료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2050년에는 각국이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약 6510억 달러·618조 원)를 지출해야 한다. 또 앞으로 200년 안에 세계 경제규모가 5~20%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세금 부과, 법적 규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에너지 소비 총량제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스턴 경은 "지금까지 적절한 대응에 실패해 관련 비용이 늘어났지만 지금 행동에 나선다면 우리 삶의 방식과 질을 포기하지 않고도 '푸른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6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리는 유엔 회의에서 지구온난화 문제에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할 계획이다.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협약도 추진 중이다. 미국과 중국이 온실가스 배기량 감축 문제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환경문제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10월30일 보고서를 공식 발표하면서 "지구 온난화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후 겪게 될 끔찍한 재앙을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환경 운동을 펼치고 있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에게 이 분야의 정부 자문 역을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항공사 및 자동차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블레어 총리는 3일 열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 "독일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새 국제협약 추진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독일은 내년 유럽연합(EU) 및 선진 8개국(G8) 의장국을 맡는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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