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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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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최근 사석에서 던진 말이다.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은 지난해 말 86%가 넘었다.
하지만 최근엔 82%로 4%포인트 정도 뚝 떨어졌다. 중국 금융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국민은행의 지분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일까.》
최근 전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은 이달 말로 예정된 중국 궁상(工商)은행의 기업공개(IPO)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강 행장은 국민은행의 외국인 주주들도 궁상은행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중국 금융시장이 빠르게 비상(飛上)하고 있는 증거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저(低)임금의 노동력과 드넓은 시장을 앞세워 세계 경제에 목소리를 내 온 중국이 이제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내달을 기세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이루겠다는 한국의 꿈도 위태로워졌다.
○ 비상하는 중국 금융
“2년 내에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하겠다.”
중국의 외환은행 격인 중국은행은 최근 이 같은 ‘당찬’ 선언을 했다.
매년 10∼15%씩 성장하는 중국 금융업이 조만간 영국과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가 될 것이라는 발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은행 자산이 10년이 지나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사실 이전의 중국 금융시장은 보잘것없었다.
1990년대 들어서야 상하이(上海)와 선전(深(수,천))에 처음으로 증권거래소가 생겼을 정도다. 중국의 은행들은 ‘국제 경제의 시한폭탄’ ‘세계에서 가장 엉망인 은행’ 등 혹평을 들어야 했다.
역사는 짧지만 성장은 빨랐다. 무엇보다도 초고속 경제 발전이 한몫했다.
대우증권 주희곤 연구원은 “중국은 향후 은행, 보험의 시장 전망이 대단히 좋다”며 “국민의 소득 향상에 따른 첫 번째 수혜 업종이 금융”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부실채권을 하나 둘씩 털어 내기 시작한 은행들은 이제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 IPO를 한 중국건설은행이 8월 홍콩과 마카오 등지에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지점 17곳을 인수한 데 이어 궁상은행은 인도네시아의 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톈진(天津) 등 빈하이(濱海)지구를 금융개혁의 시험 무대로 삼기로 하고 중국 최대의 보세구역을 건설하고 있다.
○ 흔들리는 한국 ‘동북아 금융허브’
“중국은 대학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금융대학을 만들고 인재 양성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봉수 금융전문대학원장의 눈에 지금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중국의 은행들은 5∼10년 전부터 외국 금융기관과 제휴하고 인재를 수시로 해외에 파견하는 등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 원장은 “이러다간 금융 역사가 10여 년에 불과한 중국이 아시아 금융허브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전에는 중국의 자본시장이 한국 등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워낙 규모가 작았던 데다 정부가 폐쇄적으로 관리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 경제가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궁상은행의 사례처럼 그동안 중국의 은행들이 IPO를 할 때마다 한국 등 아시아 증시는 심하게 요동쳐 왔다.
특히 올해 12월 중국의 금융시장이 개방되면 그 자체가 한국에는 ‘엄청난 도전’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강희경 수석연구원은 “우리가 진출할 시장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보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외국 투자회사의 중국 금융기관 투자 규모 (단위: 억 달러) | ||
| 일자 | 외국 금융기관 | 투자액 |
| 2002년 | 뉴브리지캐피털 | 4.0 |
| 2003년 | 씨티그룹 | 0.7 |
| 2004년 | HSBC | 17.5 |
| 2005년 3월 | ING | 2.2 |
| 6월 | 뱅크오브아메리카 | 30.0 |
| 8월 | 테마섹 | 24.0 |
| 8월 | 스코틀랜드 로열뱅크 등 | 31.0 |
| 12월 | 테마섹 | 15.5 |
| 12월 | 골드만삭스 등 | 37.0 |
| 2006년 1월 | 씨티은행 등 | 30.0 |
| 자료: 한국수출입은행 | ||
| 중국 내 은행들의 예금 대출잔액 추이 (단위: 조 위안) | ||
| 연도 | 예금잔액 | 대출잔액 |
| 1997 | 8.2 | 7.5 |
| 1998 | 9.6 | 8.7 |
| 1999 | 10.9 | 9.4 |
| 2000 | 12.4 | 9.9 |
| 2001 | 14.4 | 11.2 |
| 2002 | 17.1 | 13.1 |
| 2003 | 20.8 | 15.9 |
| 2004 | 24.1 | 17.8 |
| 2005 | 28.7 | 19.5 |
| 2006 | 32.4 | 21.9 |
| 연말 기준, 2006년은 8월 말 현재. 자료: 국제금융센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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