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좌우 대연정 출범 1년… 좌우날개 계속 삐걱

  • 입력 2006년 10월 9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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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월드컵 열기가 한창 뜨겁던 7월 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의료보험료 인상을 골자로 하는 의료보험제도 개혁안을 발표했다. 의료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세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사회민주당(SPD)의 주장은 개혁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민당에서 근로자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개혁안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각에선 ‘연정에는 문제점이 하나 있는데 그 문제점은 다름 아닌 앙겔라 메르켈’이라며 노골적으로 총리를 비난했다.

그 뒤로 난항을 계속하던 개혁안 논의는 이달 들어서야 매듭지어졌다. 메르켈 총리는 5일 “독일의 의료보험 체계를 재정립할 개혁안에 연정 주체들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엔 기독민주당(CDU) 쪽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기민당 소속의 일부 부유한 주의 주지사들이 “의료보험이 사보험으로 전환되면 부자들이 더 많이 부담하게 된다”며 지역 유권자의 주장을 대변하고 나선 것.

기민당-기사당(CSU)과 사민당이 손잡고 출범시킨 독일의 좌우 대연정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10일은 메르켈이 총리로 선출되면서 좌우 대연정이 출범한 지 1년째 되는 날. 대연정이 내부 분란을 겪고 개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메르켈 총리 지지율도 최고 80%에서 최근에는 50%대 아래로 떨어졌다.

▽삐걱거리는 좌우 날개=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연정에 대한 지지율은 줄곧 하락세다. 기민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어떤 정책이건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려우므로 연정의 의사 결정은 매우 힘들다”고 원인을 지적했다.

연정 내부에선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까지 의료보험 개혁이 지지부진하자 기민당 의원들은 사민당 소속의 울라 슈미트 복지장관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반면 사민당 쪽에선 기민-기사 연합의 개혁안을 ‘급진적’이라고 지적하며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

이렇게 좌우 날개가 삐걱거리는 사이 최근 지방선거에선 극우 정당인 국가민주당(NPD)이 일부 주의회의 의석을 확보하며 크게 약진했다.

▽‘독일병’ 치유할 수 있을까=연정이 삐걱거리면서 무엇보다 독일병 치유를 위한 개혁이 진행될 수 있을지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연정 출범과 동시에 내세웠던 의료보험 개혁도 1년이 지나서야 겨우 합의를 한 마당에 다른 개혁이 얼마나 빨리 추진될지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

메르켈 정부는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비대한 공공 부문을 정비하겠다고 공언했다. 의료 및 교육 시스템 정비도 주요 개혁 대상 가운데 포함된다. 그러나 의견 충돌로 아직 개혁안 마련에 착수하지도 못한 것도 많다.

게다가 정부의 개혁 청사진은 이해관계가 다른 국민의 저항에도 부닥치고 있다. 법인세율을 38.7%에서 29.7%까지 낮추겠다는 안은 ‘과세표준의 확대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인하폭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재계의 냉소를 사고 있다. 부가가치세를 16%에서 19%로 올리겠다는 방침에는 소매상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놓고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최근 “대연정은 큰일을 행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연정, 깨질 가능성은 적어=이처럼 ‘좌우 날개’가 삐걱거리고 있지만 현재의 연정이 깨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부에선 사민당이 자유민주당(FDP)과 손잡고 메르켈 총리를 몰아내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러나 언론들은 “다른 동맹은 각 정당의 성격상 지금의 연정보다 결성되기 힘들기 때문에 대연정은 절룩거리면서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좌우 대연정은 오래가기 힘든 구조이지만 다른 조합은 더욱 힘들다”고 지적했다.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도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부조리극’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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