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테러위협 커졌다” 美정보기관 보고서 파문

  • 입력 2006년 9월 28일 03시 01분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3년 전 “테러범을 체포하거나 사살하는 워싱턴의 전략이 새로운 적들을 만드는 것보다 더 빨리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을까”라는 메모를 동료들에게 돌렸다. 테러와의 ‘기나긴 전쟁’에 대한 비관적인 의문을 던진 것이다.

그런 의문이 현실로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워싱턴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라크전쟁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대한 테러 위협은 더욱 커졌으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이라크전쟁을 세력 확장의 구실로 악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비밀보고서가 공개된 것. 이라크전쟁과 테러의 연관성을 분석한 비밀보고서는 미 행정부 내 16개 정보기관이 2004년부터 올해 4월까지 공동작업을 거쳐 작성했다.

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이 보고서 내용을 보도하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6일 이라크전이 테러를 악화시켰다는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는 ‘억측’을 없애기 위해 급기야 보고서 일부(4쪽)를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비밀 보고서 주요 내용=이 보고서에서 테러범에 관한 주요 평가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9·11테러 이후 미국 주도로 진행되는 대테러 전쟁으로 알 카에다 지도부가 큰 타격을 받았지만 여전히 최대의 위협이다. 둘째, 성전(聖戰)을 치르겠다는 이슬람 세력의 위협은 수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셋째, 이슬람극단주의 세력은 이라크전쟁을 반미감정 선동의 구실로 악용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일부에 대대적인 군사적 압력이 테러범을 억누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을 지지하는 대목도 나온다. 그러나 이 보고서 어디에도 부시 대통령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뒷받침하는 대목을 찾을 수는 없다.

브루스 호프먼 조지타운대 교수는 “전체적인 보고서의 결론은 우리가 만들어내고 있는 적들을 상대하기에도 충분치 않은 총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테러 세력의 증가 속도가 부시 대통령의 테러전 수행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 우려다.

▽보고서의 정치적 파장=부시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고 민주당도 부시 행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기 싸움의 양상으로 번지는 것.

그는 2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일부에서 문제의 보고서 내용을 추측해 이라크전이 실책이었던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며 “그러나 나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인을 해치려는 자들을 공격한 것이 우리를 덜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믿는 것이야말로 실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출 사고가 있을 때마다 비밀 해제를 하는 것은 나쁜 습관이라고 본다”면서도 존 네그로폰테 국가정보국장을 통해 ‘국익을 해치지 않는 부분’에 한해 공개하도록 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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