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유감표명 불구 이슬람 술렁

  • 입력 2006년 9월 18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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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가톨릭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슬람을 폭력적 종교로 묘사한 데 대해 직접 사과의 뜻을 나타냈지만 교황의 발언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강론의 몇몇 구절이 무슬림의 감정을 거슬리게 해 매우 유감스럽게(deeply sorry) 생각하며, 개인적인 의견은 아니다"라는 교황의 사과 및 해명 발언을 놓고 이슬람권 내부에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뭘 사과한단 말인가"=교황은 취임 이후 이슬람권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11월 터키를 방문한다. 그 때문인지 터키 각료들은 17일 교황의 '사과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을 퍼부었다.

무하메드 아이딘 국무장관은 "교황의 말은 자기 발언이 유감스럽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 결과가 유감스럽다는 말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후세인 셀릭 교육장관도 "유감과 사과는 다른 말이다"며 국무장관을 거들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는 교황의 사과발언이 나온 17일 수백 명이 모여 "교황과 조지 W 부시는 십자군을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뭉쳤다"며 시위를 벌였다.

말레이시아 세이드 하미드 알바 외무장관은 "교황은 발언을 취소하고 완전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이슬람권 언론들도 교황의 발언을 빌미로 종교 간 대결을 부추기는 논조를 계속 펴고 있어 이에 자극받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교회에 대한 테러를 계속할 우려가 높다. 이미 교회 7개가 교황의 발언 파문으로 공격을 받았다.

▽"사과를 수용한다"=그러나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원조 격으로 볼 수 있는 이집트의 이슬람 원리주의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은 교황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까지 강하게 교황을 비난했던 이 단체는 "무슬림과 기독교인 사이에 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이번 발언을 충분한 사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무슬림 인구가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국가인 인도의 이슬람 기구도 교황의 유감 발언을 환영하면서 시위 중단을 촉구했다. 또 발언파장의 확대에 당혹스러워하던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국가들의 이슬람 단체들도 교황의 유감표명에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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