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 브라운 차기英총리 1순위

  • 입력 2006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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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의 시대가 가고 브라운의 시대가 오고 있다.

토니 블레어(53) 영국 총리는 7일 최근 돌출된 당내 반발에 밀려 “1년 안에 당수 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차기 총선에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언제 물러날지는 차후에 밝히겠다”며 “이달 노동당 전당대회가 내가 참석하는 마지막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전당대회는 9월로 예정돼 있으므로 그 이전에는 사퇴해야 한다.

앞서 6일 톰 잡슨 국방차관이 블레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며 자리를 물러났다. 잡슨 차관은 블레어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귀하의 총리 직 유지가 노동당이나 국가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의 고위 보좌역을 맡고 있는 웨인 데이비드 의원 등 노동당 의원 7명도 동반 사퇴했다.

지난해 보수당이 신세대인 데이비드 캐머런 의원을 당수로 선택한 후 지지도를 회복해 노동당과의 격차를 점차 벌여가는 상황에서 노동당은 가능한 한 빨리 인기 있는 정치인을 차기 총리 후보로 확정해 2009년 총선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을 느껴 왔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는 고든 브라운(55·사진) 재무장관.

블레어 총리와 브라운 장관 간의 권력 이양 합의는 12년 전 ‘그라니타 회동’에서 시작됐다. 1994년 노동당 존 스미스 당수가 심장마비로 급사하자 당내 40대 기수로 부상했던 두 사람은 런던 북부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그라니타에서 만나 담판을 지었다. 브라운은 이 회동 이후 갑자기 당권 경쟁을 포기하고 블레어에 합세했다.

그러나 1997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함으로써 총리가 된 블레어는 2001, 2005년 총선에서 이기고 나서도 자리를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많은 영국인은 “노동당의 첫 3기 연속 집권 신화를 이뤄 낸 것은 블레어 총리보다는 브라운 장관의 힘”이라고 본다. 블레어 정권의 최대 치적인 경제 성장은 브라운 장관의 업적이기 때문이다.

브라운 장관은 영국이 300년래 가장 긴 안정적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데 공헌한 역사상 최고 재무장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10년 이상 경제 및 재무 쪽에 아성을 쌓아 블레어 총리의 정책 제안을 거부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형성했다.

같은 세대인 블레어 총리와 브라운 장관은 1983년 의회에서 처음 만났다. 블레어 총리가 언론 플레이에 능한 타고난 정치가 스타일인 데 반해 스코틀랜드 장로교 목사의 아들인 브라운 장관은 일벌레로 소문이 나 있지만 외부에 비치는 이미지는 둔하고 완고해 보인다.

블레어 총리는 휴가 중에 꽃무늬 버뮤다 팬츠(무릎까지 내려오는 반바지)를 입고 카메라 앞에 종종 등장하곤 하지만 브라운 장관은 언제나 정장에 넥타이 차림이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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