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차기총리와 이란대통령 ‘역사인식 역주행’ 닮았네

  • 입력 2006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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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피겔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를 다룬 최신호 기사에서 “아베 장관은 고이즈미 총리와 달리 패전한 장군들에게 전범(戰犯) 낙인을 찍거나, 한국과 중국을 침략한 행위를 단죄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아베 장관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들을 단죄한 도쿄(전범)재판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온 점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장관은 평소 “A급 전범은 일본 국내법상 범죄자가 아니다”, “일본이 (도쿄재판을 수락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서명한 것은 독립을 위한 고뇌의 판단이었다”, “국제법상 사후법에 의한 재판은 무효다” 등의 주장을 펴 왔다. 사후법은 해당 행위를 할 당시에는 적법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형사 책임을 묻는 법을 가리킨다.

고이즈미 총리가 고집스럽게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서도 “A급 전범은 전쟁범죄자”라고 단언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잡지는 “도쿄재판에 대해 역사가들의 고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아베 장관이 홀로코스트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닮았다”고 비판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7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홀로코스트는 승전국들이 독일을 당황하게 하려고 만들어 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슈피겔은 아베 장관이 도쿄재판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사고방식을 갖게 된 배경으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일본 총리가 그의 외할아버지라는 점을 꼽았다. 전범 출신 외할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것.

이 잡지는 특히 기시 전 총리를 아돌프 히틀러의 최측근으로 나치 정권에서 군수상을 지낸 알베르트 슈페어에 비유하기도 했다.

기시 전 총리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내각에서 군수차관과 상공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1945년 A급 전범용의자로 체포돼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으나 1948년 석방돼 1957∼60년에 총리를 지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아베와 아마디네자드 비교
아베 아마디네자드
일본 관방장관현직이란 대통령
1954년출생연도1956년
자민당 간사장주요 경력테헤란 시장
강경 우파정치 성향이슬람 원리주의
“A급 전범은 일본 국내법상 범죄자가 아니다.”문제발언“홀로코스트는 승전국이 만들어 낸 이야기다.”
일본 차기 총리로 유력기타핵개발로 국제사회와 갈등

■아베 총리 되면… 자위대 → 자위軍

일본 차기 총리로 확실시되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취임하면 자민당의 신헌법 초안을 수정해 전문에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명시할 것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4일 보도했다.

자민당은 지난해 10월 창당 50주년을 맞아 작성한 새 헌법 초안에서 전투력 보유를 금지한 제9조 2항을 고쳐 ‘자위군’의 보유를 명기함으로써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조문해석을 통해 사실상 허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용어 자체는 포함되지 않아 당내 일각에서 불만이 제기됐다.

이 신문에 따르면 아베 장관은 수정 초안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명시하고 전문을 일본의 전통, 문화, 역사를 강조하는 문장으로 수정할 방침이다.

한편 한국 정부가 아베 장관에게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타진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4일 도쿄신문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초 일본을 방문해 아베 장관을 만났을 때 “노무현 대통령은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 측이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조건으로 야스쿠니신사 참배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

외교부는 이 같은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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