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채플린을 띄우다

  • 입력 2006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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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 주연의 1936년 영화 ‘모던 타임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찰리 채플린 주연의 1936년 영화 ‘모던 타임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할리우드 무성영화 시대의 걸작으로 꼽히는 ‘모던 타임스’가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 떠올랐다.

1936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70여 년 후 베네수엘라에서 ‘흥행 영화’로 부상하게 된 것은 남미 좌파·반미주의를 이끄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사진)의 사회주의 경제정책 덕분. 베네수엘라 노동부는 1월부터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홍보수단으로 영화 모던 타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모던 타임스는 미국 대공황 시기 피폐해진 노동현장과 노동운동의 태동을 날카롭게 보여 주는 풍자영화. 공장 노동자로 등장하는 찰리 채플린은 하루 종일 나사를 조이는 일을 한다. 나사 조이기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나사처럼 생긴 동그란 것은 모조리 조이던 그는 마지막에 정신병원에 실려 가는 신세가 된다.

베네수엘라에서 이 영화가 상영되는 곳은 일반 극장이 아닌 공장 강당. 지난 6개월 동안 4만여 명의 노동자가 단체로 영화를 관람했다. 상영 횟수만도 1000여 회.

기업가들은 모던 타임스 단체 관람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베네수엘라 사용자단체 4곳은 이 영화의 상영을 금지해 줄 것을 정부에 정식 요청했다. 사용자단체인 ‘베네수엘라 기업협회(VCI)’는 “자본가를 착취자로 묘사하는 영화의 상영은 기업 활동에 적대적인 차베스 정부의 시각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비난했다.

노동부는 “매년 1500명의 노동자가 근로재해로 사망한다”면서 적어도 올해 말까지 영화 상영을 계속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차베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일정 수준의 노동환경을 갖추지 못한 기업과 공장을 몰수해 노동자 소유 협동조합 형태로 바꾸는 데 드는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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