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만 봐도 가슴이 벅차요”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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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리도 못살던 조국이었다. 어쩔 수 없이 광원으로, 간호사로 낯선 독일 땅을 밟는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리고 쏜살처럼 흐른 40여 년.

그 못났던 조국이 어느 날 훤하고, 어엿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찾아왔다. 13일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메운 붉은 물결에 재독 동포들은 한없이 감격했다.

올해는 1963년 광원이 독일에 파견된 지 43년이 되는 해다. 1966년 간호사 파독으로부터는 40주년.

#1

“제대하니 막막하더군요. 동생이 7명이나 됐고….”

박희병(61) 씨는 1970년 스물다섯 나이에 독일에 광원으로 도착했다. 일을 마치고 나면 밤새 목으로 시커먼 가래가 넘어왔다. 언제 갱도가 무너져 목숨을 잃을지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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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간호병과 경력을 살려 종합병원 남자 간호사로 옮겼다. 파독 간호사를 만나 결혼도 했다. 아이들 키우며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새 정년을 바라보게 됐다.

“이곳 프랑크푸르트에서 한국팀 첫 경기가 열린다니, 얼마나 신이 났겠습니까. 아내와 함께 붉은 티셔츠를 마련해 입고 일찌감치 동포들이 모여 응원하는 박람회장에 갔죠.”

도보행진을 하다 뢰머 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 물결을 보고는 정신이 아득했다.

파독 당시만 해도 ‘전쟁과 굶주림’의 나라로 알려진 한국인들. 그들이 외쳐대는 ‘대∼한민국’ 구호에 독일인들이 동참하고 있었다.

가슴이 멍하고 콧등이 시큰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8강전에도 한국팀이 다시 왔으면….

고국의 친지가 시신을 인수하지 않아 독일에 묻히는 동포들이 가끔 있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들을 위한 묘역이 고국에 마련됐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2

“토고의 첫 골이 내가 앉은 쪽에서 터졌는데…. 아이코! 내 명치에 꽂히는 것처럼 아팠어요.”

한국-토고전이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발트슈타디온을 찾은 파독 간호사 출신 노미자(62) 씨는 아직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경기가 끝나고 보니 얼마나 고함을 질렀던지 목이 쉬어 있었다.

경기장을 나와 사방을 가득 메운 붉은 물결을 보는 순간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대로 가만있을 수는 없다.’

응원단 합숙소, 박람회장 근처…. 붉은 셔츠가 모여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니며 음식 나르기와 설거지를 닥치는 대로 도왔다. 다음 날 오전 1시 반에 귀가해 인터넷으로 고국 반응을 다 뒤져 본 뒤에야 잠이 들었다.

독일인 남편은 “축구광이 다 됐다”며 껄껄댔다.

프랑크푸르트=유윤종 특파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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