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타나모 수감자 첫 자살…침대시트 - 옷 찢어 목매 숨져

  • 입력 2006년 6월 1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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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관타나모 미국 해군기지 내에 있는 수용소에서 3명의 수감자가 10일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2002년 1월 문을 연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이 단식과 자해, 자살을 기도하며 저항한 적은 있지만 수감자가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자살 사건으로 그동안 고문 시비를 비롯해 각종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온 수용소를 폐쇄하라는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지도자들은 기지 폐쇄를 요구한 바 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2명과 예멘 출신 1명 등 수감자 3명이 10일 오전 감방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3명은 모두 단식 농성을 한 적이 있다.

관타나모 합동기동팀(JTF) 해리 해리스 사령관은 전화 기자회견에서 “수감자들이 침대 시트와 옷을 찢어 만든 올가미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

해리스 사령관은 “그들은 우리의 생명이든 자신의 생명이든 생명을 존중하지 않았다”면서 “이것은 절망에 의한 행동이 아니라 우리를 겨냥한 전투 행위로 믿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감자들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해 온 ‘헌법적 권리 센터’의 빌 굿맨 소장은 “수감자들의 자살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방법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나온 행동”이라며 “재판이 없는 시스템은 희망이 없는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지금까지 759명이 수감됐으며 이 중 약 300명이 석방되거나 타국으로 이송됐으며 약 460명이 아직 남아 있다.

미국은 수감자들이 전쟁포로가 아닌 ‘적 전투원(Enemy Combatant)’ 신분이라는 이유로 정식 재판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수감자 10명만 군사위원회 재판에 기소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서 사건 및 관련 정보를 보고받고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시체를 인도적이고 이슬람 문화에 위배되지 않도록 주의해서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스노 대변인이 전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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