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자프는 최악의 배신자”

  • 입력 2006년 5월 27일 03시 07분


코멘트
1970년대 미국 외교를 쥐락펴락했던 헨리 키신저(사진) 전 미 국무장관이 과거 일본을 ‘자프(일본인을 멸시해 부르는 말)’로 표현하며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교도통신은 비밀 해제된 미국 공식 문서에서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고 26일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키신저 당시 미 국무장관은 1972년 여름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당시 일본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국교를 정상화할 계획이라는 것을 알고 “자프는 최악의 배신자”라고 비난했다.

키신저 전 장관의 이런 불신감과 적개심은 섬유협상 등 당시 험악했던 미일 관계를 반영한 것.

하와이에서 미일 정상회담이 열린 1972년 8월 31일자 미국 국무부 극비 내부 협의 메모에 따르면 키신저 장관은 당시 국무부 회의를 시작하면서 “모든 배신자 중에서도 자프는 최악”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하겠다는 일본의 외교 방침을 “품위 없고 졸속하다”고 평하면서 일-중 공동성명에 조인하기 위해 다나카 총리가 중국 건국기념일에 맞춰 중국을 방문하려는 계획을 비판했다.

키신저 장관은 다나카 총리의 중국 방문 문제를 협의하자는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면담 요청도 거절했다. 일본은 중국과 1972년 9월 수교했다. 미국도 1972년 중국과 수교협상을 시작했고 1979년 정식 수교했다.

또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방일을 앞둔 1974년 11월 14일자 국무부 극비회의록에 따르면 키신저 장관은 회의에서 다나카 총리에 대해 “일본 표준에 비춰 봐도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미국의 싱크탱크인 국가안전보장공문서관이 미국 국립공문서관에서 입수한 비밀 해제 문서에서 이런 기록을 확인했다면서 키신저 전 장관에게 취재 요청을 했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