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회계부정 사건을 심사해 온 배심원단은 25일 창업주인 케네스 레이(64) 전 회장, 그리고 제프리 스킬링(52) 전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은 레이 전 회장에 대해서는 은행 사기와 은행에 대한 허위 사업보고 등 6개 혐의 전부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스킬링 전 CEO에 대해서는 28개 혐의 가운데 내부자 거래와 공모, 사기 등 19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엔론 파산 과정에서 두 사람의 범죄 행위가 있었는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여 왔다는 점에서 이날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9월 11일로 예정돼 있다. 유죄 평결이 내려진 혐의만을 놓고 보면 레이 전 회장은 최대 45년형을, 스킬링 전 CEO는 최장 185년의 실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주심판사로 형량을 최종 결정하게 될 휴스턴연방지방법원의 심 레이크 판사는 그동안 기업 범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온 인물이라 두 사람은 여생을 감옥에서 마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한때 억만장자였던 두 사람은 이미 변호사 비용으로 막대한 돈을 지출한 데다 이후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지면 파산할 가능성도 높다.
1985년 에너지기업 간 합병을 통해 설립된 엔론은 한때 최대 에너지 회사이자 미국 7위 기업으로까지 부상했으나 2001년 당시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인 6억 달러 규모의 회계부정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산했다.
또 텍사스 주 출신인 레이 전 회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최대 정치자금 후원자로 부시 대통령과도 가깝게 지내 왔다.
그동안 미국 검찰은 엔론 사태뿐만 아니라 파산한 월드컴의 전직 경영진을 회계부정 혐의로 기소해 처벌하는 등 기업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해 왔다. ‘살림의 여왕’으로 불리며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마사 스튜어트 씨에 대해서도 주식거래 관련 위증 혐의를 입증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엔론을 필두로 대기업의 회계부정이 잇달아 드러나자 미 의회가 ‘사베인-옥슬리법’을 제정하는 등 미국에서는 기업 회계 부정을 막기 위한 강력한 보완책이 마련됐다.
미국 언론은 이번 유죄 평결에 대해 ‘누구든지 주주를 속이면 처벌을 받아야 하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시장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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