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 美엔론 社 前 회장-CEO 결국 유죄 평결

  • 입력 2006년 5월 2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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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인 기업 회계부정 사건으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에너지 기업 엔론의 전직 최고 경영진에 대해 25일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엔론 회계부정 사건을 심사해 온 배심원단은 25일 창업주인 케네스 레이(64) 전 회장, 그리고 제프리 스킬링(52) 전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은 레이 전 회장에 대해서는 은행 사기와 은행에 대한 허위 사업보고 등 6개 혐의 전부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스킬링 전 CEO에 대해서는 28개 혐의 가운데 내부자 거래와 공모, 사기 등 19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엔론 파산 과정에서 두 사람의 범죄 행위가 있었는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여 왔다는 점에서 이날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9월 11일로 예정돼 있다. 유죄 평결이 내려진 혐의만을 놓고 보면 레이 전 회장은 최대 45년형을, 스킬링 전 CEO는 최장 185년의 실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주심판사로 형량을 최종 결정하게 될 휴스턴연방지방법원의 심 레이크 판사는 그동안 기업 범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온 인물이라 두 사람은 여생을 감옥에서 마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한때 억만장자였던 두 사람은 이미 변호사 비용으로 막대한 돈을 지출한 데다 이후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지면 파산할 가능성도 높다.

1985년 에너지기업 간 합병을 통해 설립된 엔론은 한때 최대 에너지 회사이자 미국 7위 기업으로까지 부상했으나 2001년 당시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인 6억 달러 규모의 회계부정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산했다.

특히 엔론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1996년부터 2001년까지 6년 연속 경제전문지 포천에 의해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뽑히는 등 ‘신(新)경제의 모델 기업’으로 꼽혔다는 점에서 엔론의 파산은 그 충격이 컸다.

또 텍사스 주 출신인 레이 전 회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최대 정치자금 후원자로 부시 대통령과도 가깝게 지내 왔다.

그동안 미국 검찰은 엔론 사태뿐만 아니라 파산한 월드컴의 전직 경영진을 회계부정 혐의로 기소해 처벌하는 등 기업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해 왔다. ‘살림의 여왕’으로 불리며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마사 스튜어트 씨에 대해서도 주식거래 관련 위증 혐의를 입증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엔론을 필두로 대기업의 회계부정이 잇달아 드러나자 미 의회가 ‘사베인-옥슬리법’을 제정하는 등 미국에서는 기업 회계 부정을 막기 위한 강력한 보완책이 마련됐다.

미국 언론은 이번 유죄 평결에 대해 ‘누구든지 주주를 속이면 처벌을 받아야 하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시장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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