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육기본법에 ‘애국 조항’ 삽입하기로

  • 입력 2006년 4월 14일 03시 00분


일본의 공동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국가주의 교육에 악용될 우려가 있는 ‘애국’ 조항을 교육기본법에 넣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 일부와 재일동포 사회는 “과거의 군국주의 교육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과 공명당의 ‘교육기본법 개정에 관한 여당 검토회’는 12일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이를 육성해 온 나라와 향토를 사랑한다’는 문구를 넣기로 합의했다.

‘교육의 헌법’으로 불리는 교육기본법은 1947년 연합군총사령부 주도로 제정됐으며 ‘개인의 존엄’을 기본이념으로 앞세워 군국주의 교육의 부활을 철저히 막고 있다.

이에 대해 우익진영에서는 “전후(戰後) 교육의 여러 가지 폐해는 현행 교육기본법이 개인의 권리 존중에 너무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면서 법 개정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2002년 3월부터 법 개정 작업을 벌여 왔으나 한동안 공명당의 반대에 부닥쳐 진통을 겪어 왔다.

공명당은 지지단체인 창가학회의 초대 및 2대 회장이 과거 불경죄와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체포되는 등 군국주의의 폐해를 겪었기 때문에 ‘애국심’이라는 표현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자민당은 ‘애국심’이라는 표현을 빼는 대신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이를 육성해 온 나라와 향토를 사랑한다’는 선에서 공명당과 타협한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표현이 완화됐다고 해도 개정안이 국가주의적 교육을 걷잡을 수 없이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초중고교 교사가 “제자를 다시는 전쟁터로 보내고 싶지 않다”며 법 개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일동포 사회도 일본 국적이 아닌 자녀들이 애국심 교육에 따른 불이익과 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재일동포인 이박성(李博盛) 변호사는 “2002년 후쿠오카(福岡) 시 초등학교들이 A, B, C로 애국심 성적을 매겼다가 시민들의 반발에 부닥쳐 1년 만에 철회한 사례가 있다”면서 “애국심 교육이 합법화되면 재일 한국인의 자녀들은 일본인이 될 것을 강요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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