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6년 3월 28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미 상원은 27일 법사위원회에서 이민법안 심의를 시작한다. 하원 통과법안이 아니라 중도파로 불리는 앨런 스펙터 법사위원장이 별도로 낸 법률안을 다룬다. 법안심의 기간 내내 의사당 밖에선 이민법에 반대하는 시위와 농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상원의 관심=핵심은 현재 12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불법 체류 외국인에게 자진신고를 전제로 6년까지 합법적인 ‘게스트 노동자(Guest Worker)’ 자격을 줄 것이냐에 모아진다. 미국 경제에 미칠 파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 방안이 채택되면 ‘게스트 노동자’ 자격을 신청한 불법체류자는 일단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와야 한다. 대규모 귀향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하원 통과 법안에 담겨 있는 강력한 처벌내용이 상원 안에 반영될지도 관건이다. 일단 ‘스펙터 안’에는 강도 높은 처벌규정이 없다. 단, 한 사용자가 1년에 10명 이상의 불법체류자를 ‘반복적으로’ 고용하면 처벌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초강경 법안을 28일 제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상황은 급변할 수도 있다.
![]() |
▽처리 전망=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적극 밀고 있는 ‘게스트 노동자’ 방식은 어떤 식으로든 상원 안에 반영될 공산이 크다. 이삿짐 운반, 건설현장 막노동, 과일 수확, 호텔 청소 등 최저임금(시간당 7.25달러)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아온 이들이 추방되면 노동집약적 산업은 고사 위기를 맞거나, 급격한 가격상승이 예상된다.
온건한 처벌조항이 통과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불법체류자에게 쉼터를 제공한 성직자도 형사처벌된다’는 하원 법안의 처벌규정에 대해서는 상원 내 온건파와 가톨릭교회 등의 반발이 매우 강하다.
▽결국은 표 계산=상원 법사위원실에는 찬반 주장이 담긴 전화, e메일, 편지가 넘쳐난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보도다. 11월 상원의원의 3분의 1과 하원의원 전원을 새로 선출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공화·민주당도 주판알을 튕기지 않을 수 없다.
반(反)이민 처벌규정 도입을 주도한 공화당은 남미계 유권자의 표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이 공을 들여온 유권자그룹이다. 그러나 미국이민개혁연맹과 같은 단체는 “어차피 불법이민자나 가족은 유권자가 아니거나, 선거참여율이 낮은 만큼 표 손실은 크지 않다”며 강경 조치를 주문하고 있다.
오히려 애리조나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등 일부 민주당 우세지역이 공화당 지지로 선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들 지역은 영어 능력이 떨어지는 불법이민자의 급증으로 공교육이 부실화하는 등 유권자들의 반이민자 정서가 높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韓人 30만명도 전전긍긍
뉴욕한인회장 “그들 車만 태워줘도 범죄… 악랄한 法”
![]() |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반(反)이민법안은 이민자 입장에서 보면 가장 ‘악랄한’ 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전체 한인 교포사회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입니다.”
이경로(李卿魯·사진) 뉴욕한인회장은 미 하원에서 통과된 이민법안에 대해 26일 ‘악랄한’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이 회장은 “서류미비자(불법체류자)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차를 태워주거나 통역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해서 모두 범죄자로 규정해 처벌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중국계와 히스패닉계 등 다른 커뮤니티와도 연대해 반이민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한인교포사회도 청년학교와 뉴욕이민자연맹 등 이민자 권익옹호단체들을 중심으로 상원 법사위원회의 법안심사가 이뤄지는 27일 워싱턴을 방문해 상원에 합리적인 이민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와 로비를 벌일 예정이다.
이 회장은 “서류미비자 사면과 영주권 취득이 포함되지 않은 반이민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민자 커뮤니티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상원에서는 뭔가 합리적인 대안이 나와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현재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한국인 불법체류자는 대략 3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신분상의 불안 때문에 공개적으로 나서지는 못하고 있지만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으며 미국 정치권의 반이민법 제정 움직임에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