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노동법안 반대”…프랑스 대학생 시위 최고조

  • 입력 2006년 3월 19일 17시 25분


프랑스 정부의 새 노동법안에 반대하는 대학생 시위는 18일 전국적으로 150만 명이 참가하며 최고조에 이르렀다.

시위 주최 측은 이날 파리에서만 35만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으나 경찰은 8만 명으로 추산했다. 이날 시위에는 로랑 파비우스 전 총리 등 좌파 정치인도 대거 동참했다.

이날 시위도 16일 시위와 마찬가지로 평화 행진으로 시작됐으나 결국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차량에 불을 지르고 화염병과 돌, 빈병을 던지며 경찰과 맞섰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시위대를 저지했다.

마르세유에서는 시위대원들이 시청 건물에 올라가 국기를 끌어 내리고 '자본주의 반대'라는 플래카드를 내거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날 충돌로 경찰과 학생 20여명이 다쳤으며 시위 참가자 16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이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며 시위대를 진압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학생단체와 노동단체 등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최초고용계약(CPE)을 48시간 안에 철회하지 않으면 더욱 강력한 시위를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파리의 시위가 폭력 양상으로 바뀐 것은 오후 6시 반 경이었다. 행진의 종착지인 나시옹 광장 부근에서 갑자기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올랐다. 일부 시위참가자들이 길가에 주차된 승용차에 불을 지른 것. 이어 곧바로 돌과 빈병, 최루탄이 오가는 공방전이 시작됐다. 주변 가게의 유리창이 이내 박살났다.

하지만 충돌이 일어난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내 광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한 현장에서 불과 20여m 떨어진 곳에서도 밴드의 흥겨운 연주에 맞춰 대학생들이 춤추고 있었다. 핫도그를 파는 노점상은 매상 올리기에 바빴다.

아이들을 데리고 시위를 구경 나온 부모들,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노부부, 광장 한 가운데서 키스를 나누는 연인들도 눈에 띄었다.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광장 한 가운데 세워진 '공화국의 승리' 동상 위에까지 올라가 시위를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춤추며 즐기는 모습과 돌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하는 모습이 공존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한 시민은 "춤추는 이들은 대학생들이고, 돌을 던지는 이들은 무력시위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시위는 대개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로 진행된다.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시위에 앞서 "일부 극우, 극좌파와 교외지역에서 온 청년들이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어둠이 깔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춤추며 즐기던 학생들의 수는 점차 줄어들었다. 광장에는 경찰과 맞서는 청년들만 남겨졌다. 경찰이 광장으로 진입하며 발사한 최루탄 연기가 곳곳에서 치솟았다.

광장에서 쫓겨난 청년 수백 명은 파리4 대학(소르본 대학) 안으로 들어가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또 한 차례 경찰과 충돌했다.

이번 사태로 전국 84개 대학 중 60개 대학이 문을 닫은 상태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최초고용계약' 법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전국 총파업을 벌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위가 갈수록 커지자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에게 학생과 노동계와 대화할 것을 주문했다. 학생들이 최후통첩으로 제시한 48시간이 끝나는 이번 주 초 쯤 소요 사태는 분수령을 맞게 될 전망이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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