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파리의 치욕 갚겠다” 佛, 美와 ‘최고와인’ 재대결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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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이 미국 와인에 30년 묵은 치욕을 갚겠다고 벼르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5월 24일 ‘파리의 심판(the Judgement of Paris)’ 3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상표를 가린 시음)이 영국에서 계획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파리의 심판’은 1976년 5월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 와인과 미국 와인을 놓고 프랑스 최고 와인 전문가들이 벌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미국 와인이 완승한 사건이다.

당시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이를 ‘파리의 심판’이란 제목으로 보도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사건은 지금도 와인애호가들 사이에 신세계 와인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은 20세기 와인사의 전설적인 테이스팅으로 회자되고 있다.

올해 영국에서의 행사는 세계 최고 양조가문으로 꼽히는 로스차일드가(프랑스 양조장 샤토 무통 로칠드와 샤토 라피트의 소유주)의 후원으로 버킹엄 주에 있는 와데스던 매너에서 열린다. 와데스던 매너는 영국 의원을 지냈고 프랑스 문화를 각별히 애호했던 퍼디넌드 데 로스차일드(독일명 페르디난트 데 로트실트·1803∼1874) 남작의 저택으로 사용됐던 곳으로 지금은 내셔널트러스트에 기탁돼 있다.

이 행사에는 유럽 쪽의 유명한 와인 시음가 휴즈 존슨, 잰시스 로빈슨, 마이클 브로드벤트 씨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30년 전 테이스팅을 주관했던 스티븐 스퍼리어 씨는 데일리 텔레그래프와 한 인터뷰에서 관심을 끌 만한 발언을 했다.

그는 “당시 프랑스 와인은 맛의 절정에 도달하기에는 숙성 기간이 짧았다”며 “이번에는 프랑스 와인이 이길 것이며 미국 와인은 상위 4위도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인으로 프랑스에 이주해 살던 스퍼리어 씨는 당시 파리 최고 와인가게 중 하나인 ‘카브 들 라 마들렌’과 최고 와인학교 중 하나인 ‘아카데미 뒤 뱅’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피에르 타리 그랑크뤼클라세 와인협회 사무총장, 레몽 올리베르 르 그랑 베푸르 레스토랑 주인 등 당시 프랑스 최고 와인시음가 9명을 끌어 모아 시음회를 열었다. 화이트 와인은 샤르도네 품종의 부르고뉴산 와인 4종과 캘리포니아산 와인 6종, 레드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의 보르도산 와인 4종과 캘리포니아산 와인 6종이 준비됐다. 물론 상표를 볼 수 없었다.

당시 타임 기자는 현장에서 올리베르 씨가 부르고뉴산 바타르 몽라셰를 맛보고서는 “분명 캘리포니아산이다. 전혀 향이 없잖아”라고 말하는 것과 캘리포니아산 와인(어느 와인인지 밝히지 않음)을 맛보고서는 “이제야 프랑스로 돌아왔군”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시음 결과는 ‘경악’ 그 자체였다. 캘리포니아산이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에서 모두 1등을 차지했다. 시음가들은 당황했고 평가표를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사태를 미리 예상했던 스퍼리어 씨는 평가표를 돌려줬지만 몰래 베껴놓은 다음이었다.

1976년 파리의 심판 시음 결과
●화이트 와인
포도주(괄호는 수확연도)지역
1샤토 몬텔레나(1972년)캘리포니아
2뫼르소 샤름(1973년)부르고뉴
3샬론 빈야즈(1974년)캘리포니아
4스프링 마운틴 빈야즈(1973년)캘리포니아
5본 클로 데 무슈(1973년)부르고뉴
6프리마크 애비(1972년)캘리포니아
7바타르 몽라셰(1973년)부르고뉴
8퓔리니 몽라셰 ‘레 퓌셀’(1972년)부르고뉴
●레드 와인
1스태그스 립 와인 셀러즈(1973년)캘리포니아
2샤토 무통 로칠드(1970년)보르도
3샤토 몽트로스(1970년)보르도
4샤토 오브리옹(1970년)보르도
5리지 빈야즈 마운틴 레인지(1971년)캘리포니아
6샤토 레오빌 라스 카즈(1974년)보르도
7하이츠 셀러즈 마샤스 빈야즈(1972년)캘리포니아
8클로 뒤 발(1972년)캘리포니아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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