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문 직업학교를 가다]<4>‘크리스틴 발미 국제학교’

  • 입력 2006년 1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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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란 피부 두께에 불과하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이다. 진짜 아름다움은 겉으로 보이는 피부 아래에 감춰져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과 피부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는 피부 관리 서비스가 이를 뒷받침한다.

뉴욕 맨해튼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크리스틴 발미 국제학교’. 미국 최초의 피부 관리(skin care) 교육기관이다. 피부 관리의 선구자로 꼽히는 크리스틴 발미가 1965년 설립한 이후 수천 명의 피부관리사를 배출한 유서 깊은 직업학교다.

11일 취재를 위해 크리스틴 발미 국제학교를 방문했을 때 어머니를 이어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마리나 발미 대표는 인터뷰에 앞서 기자를 실습실로 안내했다.

학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 피부 관리 서비스를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며 기자를 침대에 눕도록 한 뒤 안면 피부 관리를 받도록 했다. 4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 윌슨 리(30) 씨가 ‘실습’에 나섰다.

그는 클렌징(얼굴을 깨끗하게 닦는 것)-토너(피부 깊숙이 박힌 더러운 물질을 닦아 내는 것)-얼굴 마사지-마스크(물을 적신 면으로 얼굴을 덮는 것)-피부 보호 크림 바르기 등을 익숙한 솜씨로 했다. 원래는 1시간 넘게 걸리지만 기자에게는 30분으로 줄인 안면 피부 관리를 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피부가 촉촉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중국계 미국인인 리 씨는 최근 뉴욕에서 부쩍 늘고 있는 스파에서 피부관리사로 일하는 것이 목표.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했지만 타고난 손재주가 있어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학교 측의 평가다.

리 씨는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어 좋다”며 “일단 졸업 후 뉴욕 주가 주관하는 피부관리사 면허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학생이 200명 정도인 이 학교에서 졸업장을 받기 위해서는 이론과 실기 등 600시간의 강의를 이수해야 한다. 정규 과정에 등록하면 대개 4개월이 걸린다.

역사가 오래됐고 피부 관리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높은 지명도 때문에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한 미국 내 여러 주는 물론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건너온 학생도 상당수에 이른다.

리스틴 발미 국제학교의 장점은 체계적인 이론교육과 함께 크리스틴 발미의 명성 때문에 항상 ‘실제 고객’들을 상대로 하는 현장감 넘치는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실습 대상’이 되려는 지원자가 항상 폭주해 인기있는 저녁시간대에 고객 자격으로 피부 관리 실습시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대개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기계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피부 관리 분야에서 늘 학생들에게 첨단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 이 학교의 강점으로 꼽힌다.

기자가 방문한 날 주임강사인 엘리아스 헤르난데즈 씨가 치료 7일째인 고객을 대상으로 피부 관리 분야에서 어려운 기술로 분류되는 피부 박피(peeling) 강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헤르난데즈 씨는 “다른 피부 관리 학교의 주요 강사진 대부분은 우리 학교 출신”이라며 “계속 새로운 기술과 치료법을 연구해 오고 있기 때문에 피부 관리에 관한 한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학비는 4개월 정규 과정을 마치는 데 6000달러(약 600만 원). 결코 싸지 않은 수준이다.

졸업생들은 주로 스파나 네일업소에서 피부관리사로 일한다. 최근에는 피부과가 그 영역을 넓혀가면서 병원에서 일하는 졸업생도 부쩍 늘었다.

방주석 뉴욕 한인네일협회장은 “미국 피부 관리 업계에서는 크리스틴 발미 국제학교를 졸업했다고 하면 대체로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고 인정해주기 때문에 이 학교를 졸업하면 일자리 구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발미 국제학교는 최근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창업자의 모국인 루마니아에 이어 인도와 파키스탄에 분교를 설립했으며 이를 계속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영어에 익숙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맨해튼 학교에는 이론 강의에 한해 각각 한국어와 스페인어로 진행하는 한국반과 히스패닉반이 별도로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마리나 발미 대표가 보는 뷰티 산업▼

크리스틴 발미 국제학교의 마리나 발미 대표는 “고령화 추세가 계속되고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손길’을 원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어 피부 관리 산업의 장래는 밝다”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크리스틴 발미 국제학교는 미국에 처음으로 유럽 스타일의 피부 관리를 소개한 학교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교 설립자인 크리스틴 발미의 유일한 혈육인 마리나 발미(57) 대표는 “어머니가 학교를 세우기 전까지 미국에는 피부 관리 학교가 전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크리스틴 발미 국제학교는 유럽식 피부 관리 교육을 도입하면서 동시에 미국식의 표준화 개념을 접목시켰다.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피부 관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교육 내용을 표준화한 것.

600시간으로 정해진 커리큘럼도 이 같은 틀 속에서 마련됐다. 현재 뉴욕 주가 피부관리사 면허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600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는 점을 의무화한 것도 크리스틴 발미 국제학교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발미 대표는 피부 관리를 포함한 뷰티 산업의 장래를 밝게 봤다.

“현대인들은 매일 컴퓨터 등 기계와 많이 상대하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손길(human touch)을 원하고 있지요. 또 인간의 본성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이 서비스해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면에서 전문적인 기술을 갖춘 사람이 피부 관리를 해 주면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이지요.”

이 밖에 여유 있는 노인층이 증가하고 있는 것과 그동안 피부 관리의 사각지대였던 남자고객이 최근 늘고 있는 것도 새로운 기회라는 것이다.

발미 대표는 “뉴욕에서는 피부 관리 고객 중에서 남성 비중이 20%를 넘는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발미 국제학교는 2008년에 새로운 비상을 준비 중이다. 렌트비가 비싼 맨해튼에 자리 잡고 있어 비좁은 학교를 더 넓은 장소로 옮겨가면서 커리큘럼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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