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들 ‘온난화’ 수난…빙붕 녹아 헤엄치다 탈진 사망

  • 입력 2005년 12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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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얼음 위에서 사는 북극곰은 바다 근처 얇은 얼음에 구멍을 뚫고 숨 쉬러 올라오는 바다표범을 잡아먹고 산다. 북극곰 1마리당 4, 5일에 1마리 정도의 바다표범이 필요한데 여름철에 얼음이 녹아 북극 쪽으로 밀려가면 유빙(流氷·ice floe)을 타고 내려와 사냥을 한다.

그러나 최근 기후 변화로 북극의 빙붕(氷棚·ice shelf)이 급속히 후퇴하면서 상당수의 북극곰이 바다에 빠져 죽고 있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사냥의 발판인 유빙이 작아져 더 멀리 헤엄쳐 다녀야 하는 바람에 빚어진 참사라는 것.

미국 광물관리국의 해양 생태학자 찰스 모네트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최근 미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해양포유류학회에서 올해 9월 알래스카 북부 해역에서 익사한 곰 4마리의 사체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학자들은 빙붕이 예년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녹은 지난여름 많은 곰이 먼 외해(外海·open sea)에서 발견됐으며 이들은 최고 100km의 거리를 헤엄쳐야 했다고 밝혔다. 20km가량의 짧은 거리 헤엄에 익숙한 북극곰이 100km나 헤엄칠 경우 탈진과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북극권 내 20개 곰 서식지에는 약 2만2000마리의 곰이 살고 있으나 점차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캐나다 허드슨 만 지역에서만 1987년부터 지난해 사이에 북극곰이 22%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빙붕, 빙산, 유빙:

육지에 접해 있으며 해상에 떠 있는 표면적이 엄청나게 넓고 큰 얼음 덩어리를 빙붕이라 하고, 여기서 떨어져 나온 큰 얼음 덩어리가 빙산이다. 이런 빙산이 쪼개지고 부서져 바다에 떠다니는 것을 유빙이라 부른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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