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권 강사 문감홍씨 “우슈 제자 남편믿고 한국 귀화”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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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권 동작을 시연하고 있는 중국문화원 태극권 강사 문감홍 씨.강병기 기자
태극권 동작을 시연하고 있는 중국문화원 태극권 강사 문감홍 씨.강병기 기자
“단순히 기예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 문화와 사상을 알리고 싶습니다.”

처음 본 순간 어디선가 뿜어져 나오는 기(氣)에 기자는 움찔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중국문화원에서 만난 태극권 강사 문감홍(門敢紅·35·여) 씨는 “중국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가르친다”며 씽긋 웃었다.

문 씨는 유명한 중국 무술 가문 출신이다. 아버지는 중국 정부가 인정한 10대 우슈(무술)고수 중 한 명이자 세계적인 액션스타 리롄제(李連杰)의 스승이기도 한 먼후이펑(門惠豊·68·베이징체대 명예교수) 선생. 어머니 칸구이샹((감,함)桂香·65) 선생도 6단의 만만찮은 고수다. 부모의 영향을 받아 문 씨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우슈에 입문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남동생 펑웨이(鳳偉·30) 씨는 태권도 중국 국가대표를 지냈다. 하지만 진짜 인연은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우슈 태극권 부문 금메달리스트인 한국인 남편 양성찬(37) 씨와 만나면서부터.

1996년 우슈 국가대표이던 양 씨가 수련을 위해 중국을 찾았을 때 문 씨는 그의 개인사범이었다. 2개월 동안 개인지도를 하면서 사랑이 싹텄다. 1998년 결혼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고 국적도 한국으로 바꿨다.

2001년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에 태극무술원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그 사이 딸도 태어났고 내년 4월에는 둘째를 볼 예정이다. 올해부터 중국문화원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다.

태극권에 대한 오해 두 가지. “태극권 하면 ‘노인들이나 하는 것 아닌가요’ 하고 묻는 분들이 많아요. 어머니가 입문을 권유했을 때 저도 그랬거든요. 또 어떤 분들은 너무 겨루기에만 집착하기도 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태극권은 무술이자 중국 사상과 문화다. “주역(周易)에 바탕을 두고 동양의 지혜를 신체와 정신에 구현한 무술이죠. 정신 호흡 동작이 일치해야 합니다.” 문 씨의 태극권 예찬은 끝이 없었다. “예방의학 차원에서도 좋고 남녀노소 평생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죠.”

문 씨는 태극권을 통해 중국 문화의 참모습을 알리고 싶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한국과 중국이 가까워지고는 있지만 아직 서로를 잘 몰라요. 태극권을 통해 제가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더듬거리는 한국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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